생명과학과 유전공학의 발달이 가져올 앞날은 어떤 것일까.

영화 "가타카 (Gattaca)"는 부정적 답을 보여준다.

작품속 세상에 "1984년"식 빅브러더는 없다.

다만 마약복용 체크테스트로 개인의 유전정보를 몰래 파악한 다음
이에 따라 사람을 분류한다.

교육의 중요성은 무시되고 인간의 개량은 유전자 조작을 통해서만 가능한
것으로 여겨진다.

친구나 연인을 사귈 때도 먼저 머리카락을 교환해 유전자를 감식한다.

1953년 왓슨과 키릭이 생명현상의 정보를 담은 세포내 DNA의 이중나선구조
를 규명한 이래 유전공학은 질병및 장애치료를 위해 개발돼 왔다.

1990년 출범한 인간게놈프로젝트는 그 대표적인 산물이다.

유전자의 비밀이 밝혀지고 나아가 유전공학과 나노테크놀로지(극소기술)가
결합돼 인공신경과 생체칩의 형태로 몸안에 이식되면 사람은 질병이나
죽음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으리라는 예측에서다.

생물학과 전자학이 무섭게 발달하더니 마침내 인체세표와 마이크로칩회로를
융합시킨 이른바 ''생체칩''이 개발됐다는 소식이다.

생체칩을 이용하면 컴퓨터를 통해 세포활동을 통제할 수 있게 돼 시각및
청각장애와 결함세포 치료는 물론 생물과 비생물 세포의 첨단결합체 특히
생체공학적 신경과 뇌, 팔다리 등을 만들어낼 수 있으리라 한다.

"6백만불의 사나이"(1973년)와 "소머즈"(76년)에 이어 "터미네이터"(1984년)
"로보캅"(87년)으로 이어진 사이보그의 탄생이 눈앞에 다가온 셈이다.

바이오닉장기에 인공지능이 결합되면 인간형로봇, 여기에 의식이 더해지면
로봇의 몸을 빌려 영생할 수 있는 사이보그가 될 수 있다.

병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나 장애인들에게는 사이보그의 탄생이 희망일 수도
있다.

문제는 이들 첨단과학이 보다 강하고 우월한 인간이 되려는 정상인들의
욕심에 이용당할수 있다는 점이다.

자칫하면 21세기엔 경제능력에 따라 유전자가 보강된 슈퍼인간과 그렇지
못한 자연인간, 사이보그와 정상인과의 싸움이 발생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는 까닭은 여기에 있다.

나치의 우생학이 빚은 홀로코스트보다 더한 상황이 재연될까 두렵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