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부터 나흘간 미국 애틀란타시에서 열린 "슈퍼쇼2000 스포츠용품
박람회"에서 세계 헬스업계를 깜짝 놀라게 한 제품이 있다.

한국의 반도체장비 벤처기업인 나래기술이 만든 러닝머신이다.

이 러닝머신은 기존 제품과는 차원을 달리한다.

비디오CD를 통해 가상현실을 구현했고 DVD와 TV 수신카드를 내장했다.

인터넷을 통한 시스템 및 고객관리도 가능하다.

한마디로 운동을 하면서 TV나 인터넷을 즐길 수 있게 하는 첨단 아이디어
상품인 셈이다.

자체 개발제품인 컨트롤러 보드가 있었기에 이런 러닝머신을 고안해낼 수
있었다.

나래기술은 오는 7월 이 장비의 양산을 목표로 내달중 60억원의 벤처투자를
유치, 생산체제를 갖춰 수출에 나설 예정이다.

대양이앤씨는 남이 개발하지 않은 톡톡튀는 제품만 출시한다는 게 회사
모토.

집중력 학습기 엠씨스퀘어에 이어 최근 개발한 "UFO윙윙" "아가소리" "HMD"
등이 이런 제품이다.

UFO윙윙은 자기부상 원리에 의해 비행접시 모양의 원판 위 공중에서
돌아가는 팽이로 수출 히트상품이다.

아가소리는 뱃속의 아기에게 부모의 목소리를 들려주고 아기의 발차기
딸꾹질소리 등을 들을 수 있게 하는 장치.

HMD는 안경처럼 머리 위에 쓰고 눈앞에 펼쳐지는 다양한 영상을 즐길수 있는
새로운 디스플레이다.

벤처산업계는 지금 "바꿔 바꿔"를 넘어 "튀게 튀게"를 부르짖고 있다.

고정관념을 깨고 사고방식을 1백80도 전환하는 기업들이 시장의 승자가 되고
있다.

상품을 특이하게 만드는 것과 함께 상호를 잘 짓는 것은 기본이다.

골드뱅크가 코스닥에 막 올랐을 당시 묻지마 투자자들이 외국계 금융회사인
줄 알고 싹쓸이했다는 일화가 있다.

골드뱅크 다음은 "다음(다음커뮤니케이션)"이고, "새롬(새롬기술)"이
새롭게 부상하며, 이제 해킹시대를 맞아 "인젠", 마지막엔 "파이널데이터"가
스타가 될 거라는 말이 항간에 나돈다.

스타 벤처기업은 연예계 스타처럼 "만들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름은 환상적일지라도 제품은 현실적이어야 바람직하다.

지나치게 환상적인 제품은 반짝 눈길을 끌 뿐 대개 시장에서 외면당한다.

자가냉각 원리의 순간 "냉각캔", 기름과 물을 절반씩 섞어 1백% 기름으로
만든다는 에멀젼기술, 고철을 특수공정을 거쳐 순동으로 만든다는 기술 등이
그런 예이다.

태흥피혁 선도전기 등 디젤차량 매연저감장치를 개발했다며 요란했던
기업들도 결국 수백억원의 자금을 날리고 말았다.

대부분 효과여부는 제쳐놓고 제조원가가 너무 높아 실용성을 잃은 케이스다.

머리는 구름 위에 있되 발은 땅에 있어야 벤처천국의 계단을 하나둘씩 딛고
올라갈 수 있는 것이다.

< 문병환 기자 moon@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