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은행의 외화 후순위채 발행은 은행의 재무건전성을 크게 향상시켰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발행금리가 다소 높아 한빛은행이 이 돈을 운용하는데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빛은행은 상위등급 후순위채 5억5천만달러를 6개월짜리 리보(런던은행간
금리)+5.4%에, 하위등급 후순위채 3억달러를 6개월짜리 리보+4.48%에 조달
하기로 주간사은행인 JP모건과 서명식을 가졌다.

상위(어퍼티어) 후순위채란 은행이 파산위기에 처했을 때 이자지급을 잠정
중단할 수 있고 채권상환 순위에서도 가장 뒤로 밀리는 채권을 말한다.

주식으로 발행되는 자본은 아니지만 성격상 자본금과 동일하다.

하위(로어티어) 후순위채는 이자지급은 연기되지 않지만 파산시 채무상환
순위에서 일반채권에 뒤진다.

한빛은행 관계자는 "투기등급을 받은 은행이 발행한 한국물 후순위채로서는
최대 규모"라며 "후순위채 전액을 자기자본으로 인정받게돼 자기자본이
9천6백여억원 늘어나게 된다"고 밝혔다.

올해 결산에서부터 자기자본에서 빠지는 금액을 제외하더라도 한빛은행은
후순위채 발행으로 BIS 자기자본비율을 9.3%로 맞출 수 있게 됐다.

국제금융센터 관계자는 "후순위채 발행금액이 크기 때문에 발행조건을
단순하게 평가하기가 어렵다"며 "리보+4.5% 이내에서 발행됐다는 점에서는
일단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지난해말 조흥은행이 자기자본비율을 높이기 위해 발행한 하위 후순위채
1억달러(리보+4.95%)보다는 조건이 좋아졌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한빛은행은 후순위채로 조달한 자금을 운용하면서 이익을 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신용등급이 우량한 기업에 빌려 주는 외화대출금리는 리보+2~3% 수준으로
후순위채 발행금리보다 훨씬 낮기 때문이다.

한빛은행은 후순위채 발행으로 조달한 자금중 일부를 중장기외채 상환용
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달러로 조달한 자금을 원화로 바꿔 빌려주는 것은 환변동 위험에 노출되기
때문에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금융계는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금융기관들은 외화 후순위채권보다는 원화로 후순위채권을
발행하는 쪽을 선택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이미 1천억원의 후순위채권을 원화금리 연 10.5%로 발행했고
신한은행도 1천5백억원의 후순위채권을 원화금리 연 10%에 발행하기로 했다.

< 현승윤 기자 hyunsy@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