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국제통화기금(IMF)총재 자리를 놓고 미국과 유럽연합(EU)이
대결양상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스탠리 피셔(56)IMF부총재겸 총재직무대행을,EU는 카이오
코흐 베저(55)독일재무차관을 각각 밀고 있다.

양측이 IMF총재를 둘러싸고 후보를 각각 내세우고 있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국제사회에서는 그동안 "IMF총재=유럽몫,세계은행총재=미국몫"으로
인식돼 왔다.

이에따라 지난 50여년간 IMF총재는 영국 프랑스등 유럽출신 인사들이
맡아오고 세계은행총재는 미국인중에서 나왔다.

이번주초 퇴임한 미셸 캉드쉬 IMF총재는 프랑스인이고 제임스 울펜손
세계은행총재는 미국인이다.

그러나 지난 몇개월동안 캉드쉬의 후임자를 놓고 EU내에서 내분이
일자 미국정부가 독자 후보를 내세우기에 이르렀다.

미국및 독일언론들은 로렌스 서머스 미재무장관은 피셔를 차기총재로
지목하고 국제사회에 압력을 넣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그러자 EU외무장관들은 14일 부랴부랴 모임을 갖고 코흐 베저를
신임IMF총재로 밀기로 전격 합의했다.

그동안 EU내에서는 프랑스가 코흐 베저를 노골적으로 거부하는 등
내분이 지속돼 왔다.

IMF총재자리에서 기득권을 갖고 있는 EU가 코흐 베저를 밀기로
함으로써 베저의 차기총재 가능성이 일단 커졌다.

그러나 미국이 끝까지 피셔를 고집할 경우 타협안으로 제 3의 인물이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지난 94년부터 IMF부총재를 맡아온 피셔는 이번주초부터 총재직을
임시대행하고 있다.

피셔는 유럽 태생으로 미국에 귀화했다.

< 이정훈 기자leehoon@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