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세바스찬 바흐의 음악은 무한한 창조와 변용이 가능하다.

그래서 현대음악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자양분을 제공하고 있다.

바흐음악을 재즈와 삼바리듬에 담아내는 시도도 낯설지만은 않다.

근대음악의 아버지 바흐가 21세기 현대음악계에 다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페스티발앙상블이 올해로 12회를 맞는 현대음악제를 바흐에게 헌정
하기로 했다.

바흐서거 2백50주년을 기념해 바흐를 다양하게 해석하는 자리다.

"21세기 음악축제"란 이름으로 오는 21일부터 24일까지 나흘동안 여의도
영산아트홀에서 바흐를 주제로 한 축제를 연다.

첫째날은 바흐곡를 재즈풍로 연주하는 "바흐를 재즈로"가 열린다.

신관웅(피아노) 김희현(드럼) 장응규(콘트라베이스)로 이뤄진 신관웅
수퍼트리오가 직접 편곡한 바흐의 "평균율 1권 1번중 전주곡" "평균율 2권
2번 전주곡" "미뉴엣"을 들려준다.

이어 박은희(피아노) 박광서(드럼) 이창형(콘트라베이스)의 앙상블 단원이
"파르티타 2번" "이탈리안협주곡" "골드베르크변주곡"을 재즈풍으로 연주
한다.

박은희 페스티발앙상블 음악감독은 "바로크음악을 재즈와 접목시킨
피아니스트 자크 루시에의 편곡을 모델로 삼아 새롭게 편곡해봤다"고
설명했다.

다음날인 22일은 "바흐(Bach)의 이름으로".

바흐의 이름을 음으로 구분하면 내림B, A, C, B음이 된다.

이 네음을 갖고 작곡을 의뢰한 곡으로 꾸며진다.

강석희 작 "소나타-바흐"와 류재준 작 "바흐 이름에 의한 3중주"가 그것.

강석희 곡은 특히 몇년전 독일로부터 부탁받아 작곡한 오케스트라를 위한
곡을 챔버곡으로 다시 편곡한 것이다.

네음을 한꺼번에 묶은 화음과 여기에서 파생된 음들을 이용한 연주가
이색적이다.

예상치 못했던 음들이 터져나오고 웅장한 소리가 압권이다.

류재준 곡은 국내 초연작이다.

카젤라의 "바흐이름에 의한 두개의 리체르카리"와 오네게르의 "바흐이름에
의한 전주곡, 아리오소, 푸게타"도 연주된다.

23일은 "바흐의 주제로"란 무대.

바흐 작품들의 주제가락을 뽑아 이를 발전시키고 다양하게 변화시키며
새롭게 작곡한 곡들을 선보인다.

부조니의 "대 바흐에게 바치는 소나티나 5번", 데니소프의 "바흐의 코랄
주제에 의한 변주곡", 황성호의 "바흐를 주제로한 3중주 노리", 조인선의
"먼곳으로부터의 소리5"등이 연주된다.

황성호씨는 전자음악에 조예가 깊은 만큼 이번 곡도 전자음악적인 어법으로
작곡했다.

조인선 곡은 국악적 요소를 많이 활용한 작품.

모두 초연되는 작품들이다.

마지막 날인 24일은 빌라 로보스의 곡을 중심으로 "바흐를 브라질풍으로"
연주하는 자리다.

바흐의 침착하고 절제된 대위법을 삼바리듬의 열기속에 녹여낸 수작들이다.

(02)501-8477

< 장규호 기자 seinit@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