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만원의 여윳돈으로 주식에 투자하려는 회사원 A씨.
주변에서 "코스닥이 뜨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코스닥 주식에 돈을 몰아넣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다.
코스닥 시장의 거래대금이 증권거래소 시장의 거래대금을 앞지른 상황이고
보면 그런 생각은 더욱 간절해진다.
코스닥시장이 요즘처럼 잘만 나간다면 한달에 투자원금의 2~3배를 버는 것은
일도 아니라는 달콤한 꿈에 젖는 일도 잦아진다.
코스닥은 단기조정가능성은 있어도 장기적으로 밝게보는 사람이 많다.
벤처열풍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것 같다는 점에서 그렇다.
게다가 올해만 4백~5백개 기업이 새로 등록된다.
거래소만 쳐다보고 있다간 "왕따"당하기 쉽다.
하지만 코스닥에 발을 깊숙이 담그자니 위험스럽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코스닥에 투자했다가 원금의 반 이상을 까먹은 친구들도 자주 보아 왔기
때문이다.
코스닥에 몰아넣자니 불안하고 남보다 적게 투자하자니 "남들 다 버는데
나만 못벌 수 있나"하는 오기가 일어나 갈팡질팡하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런 고민에 대해 과욕을 줄이고 거래소와 코스닥에 적절히
분산투자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투자금액의 반 이상은 거래소에 집어 넣는 것이 아직까지는 바람직한
투자전략이라고 지적한다.
코스닥시장이 장기적으로 투자유망한 것은 사실이지만 자산관리의 기본원칙
은 역시 "안전한 재산증식"이라는 것이다.
코스닥시장에선 상한가로 내달리던 주식이 불과 30여분만에 하한가로
곤두박질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점을 생각지 않고 무턱대고 코스닥 주식의
비중을 늘리면 "큰코 다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코스닥시장의 장기적인 성장성과 단기적인 불안정성을 절충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게 핵심인 셈이다.
김순영 SK증권 투자분석팀장은 이같은 이유에서 "코스닥의 성장성을
감안하더라도 거래소와 코스닥의 비중을 7 대 3 정도로 유지하는게 좋다"고
말한다.
코스닥은 개인투자자의 비중이 90% 이상이어서 하루하루의 장세흐름이
어떻게 변할지 예측하기 힘들다는 것이 주요 근거다.
한없이 오를 것 같던 주가가 당장 내일이라도 곤두박질치는 시장에서
투자하려면 몸무게(주식비중)를 가볍게 가져가야 한다고 김 팀장은 덧붙였다.
김진수 LG투자증권 연구원도 7 대 3 정도의 비율이 적정하다고 본다.
그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기본원칙은 시장의 규모와 유동성 등에 비례해
투자금액을 배분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특히 "투신사 펀드의 경우 전체 펀드자산의 5~7%정도만을 코스닥에
투자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거래소와 코스닥을 7 대 3으로 분산투자하는
것도 상당히 위험을 감수하는 투자전략"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공격적인 투자자라면 코스닥의 투자비중을 좀 더 늘려 잡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한상수 대한투신 펀드매니저는 "공격적인 투자자라면 거래소와 코스닥의
투자비중을 5 대 5 정도로 가져가는 것도 괜찮다"고 말한다.
그는 "산업의 중심이 전통적인 굴뚝산업에서 정보통신.인터넷으로 옮겨가고
있어 코스닥이 거래소보다 높은 투자수익률을 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코스닥이 조정을 받으면 실적이 좋은 정보통신주와 인터넷주를 저가매수하는
게 좋다는 것이다.
최태경 동원증권 코스닥팀장과 조재훈 대우증권 투자정보팀 과장도 다소
코스닥의 성장가능성에 점수를 주고 있다.
단, 코스닥에 투자할 때는 성장 가능성이 높고 지속적으로 실적을 낼 수
있는 기업을 고르는게 중요하다고 증시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코스닥시장이 성숙할수록 무차별적 상승은 사라진다는 이유에서다.
외국인들이 몇몇 정보통신주와 인터넷주를 집중적인 매수타깃으로 삼는 것도
이런 맥락이라는 것이다.
< 주용석 기자 hohoboy@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