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원 자격이 없는 간부를 노동조합과의 협의를 근거로 정리해고한
것은 무효라는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IMF사태 이후 무더기로 정리된 간부들에 대해서도 회사측이
이들과 따로 협의절차를 거쳐야 했었다는 것이어서 유사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지법 민사합의42부(재판장 이수형부장판사)는 13일 간부들을
대상으로 한 희망퇴직을 거부했다가 정리해고 당한 전 한빛은행 지점
개인고객영업점장 한병훈(53)씨가 은행을 상대로 낸 해고무효확인
청구소송에서 "한씨에 대한 대기발령,명령휴직,해고 등은 모두 무효"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은행은 한씨를 해고한 다음달부터 복직 때까지 매달 월급을
지급하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노조원 자격이 없는 1~3급 직원만 감원대상이었던
만큼 1~3급 직원 전체나 각 급수 해당 직원의 과반수를 대표하는 사람과
협의를 거친 뒤 정리해고를 실시했어야 했다"며 "노조와의 협의절차만
거친 만큼 근로기준법상 정리해고 요건인 "근로자 대표와의 성실한
협의의무"를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당시 은행의 경영상태가 호전돼 추가로 감원을 할 만큼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었고 판단되지 않는다"며 "애초 감원 대상으로
지목되지 않았던 직원들이 추가로 희망퇴직을 신청해 이미 감원 목표량을
초과 달성한 상태였던 만큼 이유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와는 별도로 김모(48)씨가 외환은행을 상대로 낸 해고무효확인
청구소송에서도 같은 취지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손성태 기자 mrhand@ked.co.kr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