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문화의 요람인 북한산 일대의 사찰이 대부분 폐허 상태여서 체계적인
보존대책 수립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대한불교 조계종 불교문화재조사단(단장 일철 문화부장)은 지난해 2월부터
북한산 일대를 지표조사해 최근 펴낸 "북한산의 불교유적"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조사단은 "신증동국여지승람"(1539년 간행)과 "북한지"(1745년 간행)에
기록된 사찰은 각각 11개와 21개였지만 조사결과 22개의 절터를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북한지''에 수록된 사찰 가운데 진관사를 비롯, 6개의 사찰이 남아있으나
모두 최근에 중창된 것이며 옛 가람의 형태를 간직하고 있는 절은 한군데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단은 이번 지표조사 결과 봉성암과 용암사터의 중간지점 능선에서 후기
구석기 시대 유물로 추정되는 석기(긁개)를 수습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서울 부근에서 구석기 유물이 발견된 예는 이번이 처음으로 정밀조사를
벌인다면 의외의 결과물이 더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조사단은 덧붙였다.

이와 함께 조사단은 고지도와 문헌상으로만 전해져온 고려시대 사찰
향림사터도 확인했다.

11세기 거란족이 침입했을때 태조 왕건의 능을 옮겨 모셨던 행궁인 향림사는
고려 초기의 가람양식과 왕실건축의 전모를 밝혀줄 중요한 유적이어서 학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조사단은 "향로봉 아래 2천여평의 절터에서 고려시대 주초석과 탑부재
와편 등이 발견된 것으로 보아 이곳이 향림사 터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
했다.

조사단장 일철 스님은 "서울시와 문화재청의 협조를 얻어 북한산 일대를
본격 발굴할 계획"이라면서 "3월부터는 강화도 지역 40곳의 절터에 대한
지표조사를 벌일 방침"이라고 말했다.

< 강동균 기자 kdg@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