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비 내리는 날
묵은 우산 펼쳐 들고

얼었던 가슴 벌판에
봄소식을 지핀다

정봉렬(1950~) 시집 "잔류자의 노래"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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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되면서 사랑하는 사람과는 소식이 끊어졌다.

답답한 마음으로 일어나 창을 여니 밖에는 구죽죽이 겨울비가 내리고 있다.

문득 가슴이 아파온다.

"이것이 우리들의 마지막인가"

작중 화자는 묵은 우산을 펼쳐 들고 그와 거닐던 거리를 다시 걸어본다.

그러자 싸느랗게 얼었던 가슴이 훈훈히 더워져 온다.

이제 봄도 멀지 않았고...

"편지"라는 제목을 곧이곧대로 해석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신경림 시인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