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탠 < 싱가포르 부총리 / 국방장관 >

세계는 무역자유화와 첨단기술에 힘입어 하나로 통합되고 있다.

통합은 글로벌시장이라는 이름으로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경제와 금융분야에서 세계화의 영향은 엄청나다.

세계화의 영향으로 다음의 두 가지 추세가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

우선 더욱 강해지고 있는 시장의 상호연관성이 그 첫번째 추세다.

이는 시장이 불안정해질 경우 예전보다 훨씬 빠르고 강력하게 다른 나라에
연쇄작용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대부분의 동아시아 국가들에 악몽이었던 1997년의 금융위기는 이러한
상호의존성( interdependence )의 필요성을 깨닫게 해줬다.

하지만 금융시장의 상호연관성은 앞으로 떠오를 경제.기술의 변화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두번째 추세는 보다 다양하고 복잡한 면모를 가진 변화의 물결이 강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 물결은 너무나 거세 한두 나라가 감당할 수 없다.

여러 나라들이 하나로 뭉쳐야만 어느 정도나마 대항할 수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이런 의문이 생긴다.

아시아.태평양지역이 21세기의 안보 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합당한 체제를
구축하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경제적인 상호의존성이 강해지면서 국가간의 충돌과 마찰의 대가는
어마어마하게 커졌다.

문제는 경제적인 상호의존성이 커졌다고 해서 반드시 아.태지역의 평화와
안전이 보장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안보면에서는 불확실성과 새로운 도전이 아.태지역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미국과 중국, 일본은 이 지역에서 차지하는 각자의 위상을 어떻게 재정립할
것인가.

또 상호협력과 경쟁을 통해 어떤 활동을 펼쳐나갈 것인가.

한반도와 남지나해,그리고 대만의 영토와 주권을 둘러싼 분쟁도 결코 쉽게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동시에 고갈돼가고 있는 천연자원을 먼저 차지하기 위한 싸움도 만만치
않다.

국경이란 지리적인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세상에서는 핵무기 등 대량
학살이 가능한 첨단무기 개발이 더욱 용이해질 수 있다.

또 세계화의 압력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국수주의적 경향이 강해질
수도 있다.

아.태지역 국가들은 그동안 경제개발 및 협력에 초점을 맞춰왔다.

그러나 경제개발 없이는 안보가 이뤄질 수 없는 것처럼 안보가 갖춰지지
않고서는 경제 개발도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양쪽을 균형있게 개발해야 한다.

관련 전문가들은 균형감각을 가져야 한다.

아시아 금융위기를 겪은 후 세계 각국이 국제금융시스템의 안정을 위해서는
상호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한 것처럼 지역평화와 안정을 위해서는
국가간 협력이 절실하다는 점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이 맥락에서 아.태지역 국가들은 지역안보체제를 구축하는 일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

아.태지역에서 공동안보망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 지역국가들이
대부분 공감하고 있다.

2개국간 쌍무 협력도 강화되고 있다.

다자간 안보협력체제도 조금씩 자리잡아가고 있다.

그러나 아직 만족할 정도는 아니다.

다자간 안보협력체제를 확고히 하기 위해서는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지역
포럼과 같은 움직임이 보다 활성화돼야 한다.

그래서 새로운 충돌과 갈등이 일어나는 것을 예방해야 한다.

지역내 국가들은 공동의 문제를 함께 인식하고 논의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양자간.다자간 차원에서 보다 다양한 대화 창구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대화를 통해서 신뢰를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지역내 국방 및 군사 관계자들간 다자간 회담을 개최하는 것도 한가지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우리는 국제사회의 행동규범과 조약 체제를 신봉하고 이를 준수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예를 들어 대량 학살무기의 획득을 저지하고 해협들의 안전항로를 개척.
유지하는 것 등은 이 지역 국가들이 추진해야 할 매우 중요한 일이다.

안보협력은 또 지역내 변화에 발맞춰 이뤄져야 한다.

아.태지역이 직면하게 될 새롭고 다양한 문제들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질적
수준이 한층 높아진 새로운 형태의 국제협력이 필요하다.

또 이같은 국제협력이 원활히 이뤄지기 위해서는 새로운 국제협력의 규범과
법칙들이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아.태지역은 개발수준과 문화, 역사적 배경에서 볼 때 매우 다양한 구성원
들로 이뤄져 있다.

이렇게 저마다 다른 특성을 가진 나라들 모두가 지역 안보협력에 동참하겠
다는 의지를 가져야만 어떤 형태의 협력이든 그 효과를 낼 수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큰 과제는 굳건한 지역안보협력의
틀을 마련하는 것이다.

< 정리=고성연 기자 amazingk@ked.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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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토니 탠 싱가포르 부총리 겸 국방장관이 최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에서 발표한 연설문을 정리한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