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천년을 맞아 페인트 업계가 기지개를 켜고 있다.

자동차, 전기.전자, 조선 등 관련 산업이 살아나면서 극심한 불황에서
벗어나고 있는 것.

이는 생산물량을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지난 97년 72만8천여톤에 달했던 한국의 페인트 생산량은 98년 52만1천여톤
으로 28.5%나 줄었다.

IMF 관리체제 여파로 공장가동률은 50~60%에 맴돌고 중소 업체들은 줄지어
쓰러졌다.

그러나 지난해엔 혹독한 구조조정과 급속한 경기회복에 힘입어 97년 수준에
근접했다.

올해 내수 시장규모는 지난해에 비해 5~7% 가량 늘어날 전망이다.

페인트 업계의 화두는 경영 패러다임의 변화와 신기술개발이다.

경영 패러다임의 변화는 우선 수익성과 현금흐름을 중시하는 경영으로
나타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과잉설비가 대폭 정리되고 시장점유율을 겨냥한 외형 경쟁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경쟁력 없는 사업부문을 과감하게 줄이거나 아웃소싱하는 사례도 크게 늘고
있다.

대한페인트.잉크(대표 한영재)는 적극적인 분사를 통해 분야별로 특화제품을
만들도록 했다.

이 회사의 최광균 부사장은 "과거의 항공모함식 경영방식은 한계에 이르
렀다"며 "시장변화에 재빨리 대응할 수 있도록 업종별 전문화와 틈새시장
개척이 가속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신기술개발은 환경친화적인 제품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특히 유독성 대기오염원인 휘발성 유기화합물(VOC)의 함유량을 줄이는
연구개발(R&D)이 활발하다.

미국과 유럽은 전세계 VOC 배출량의 30%를 차지하는 페인트에 대한
환경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페인트 업체들이 올해말까지 VOC 배출방지시설을 갖추도록
의무화했다.

이러한 환경규제에 대응해 다양한 신제품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VOC를 함유한 유기 용제를 물로 대체하는 수성 페인트, 용제를 조금만
섞어도 되는 고농도(High Solid) 페인트, 가루 형태의 분체 도료, 아크릴
또는 에폭시 수지를 이용한 특수 전착도료, 자외선(UV) 경화 도료 등이 그것
이다.

고려화학(대표 김충세)은 중앙연구소와 공장 분소를 중심으로 신건축재료,
세라믹, 특수 기능성 수지, 금속 복합재료 등 신소재 개발에 나서고 있다.

가전 등 특수 페인트를 주로 생산하는 삼성화학페인트(대표 오주언)는
1~2년안에 분체 도료, 자외선 경화 도료를 비롯 반도체와 광통신 등에 사용
되는 고기능성 페인트를 내놓을 계획이다.

해외시장 진출 채비도 한창이다.

대한페인트.잉크는 외국 대기업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중국과 동남아 시장
에 공동 진출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지난해 미국 댈러스에서 열린 "코팅99 전시회"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은
삼화페인트공업(대표 김장연)은 미국 캐나다 등 선진국 시장을 열고 있다.

미국 파우더웨이사와 딜러 계약을 맺고 50만달러어치를 납품키로 했으며
캐나다 페인트업체와도 2백만달러 상당의 수출상담을 벌이고 있다.

이 회사는 올해 3백만달러, 내년 1천만달러의 수출을 기대하고 있다.

< 정한영 기자 chy@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