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주가와 환율이 널뛰는 가운데 일부 금융회사에서 예금인출사태가
빚어지고 시중 자금이 초단기화 되는 등 금융시장이 불안하다.

증시는 특히 불안하다.

지난해 거래소 시장 상장주식 평균회전율이 뉴욕증시의 6배나 됐고 코스닥
시장 일부 종목은 터무니없는 수준까지 갔다.

한 마디로 돈이 갈 곳을 몰라 몸부림치고 있다.

이런 현상의 원인과 효과, 그리고 대응책은 무엇인가.

금융불안의 표피적 원인은 여러 가지다.

<>대우 부실로 당장 예금 대지급이 6조~7조원 이뤄져야 하지만 예금보험공사
자금은 1조5천억원 정도밖에 없는 점 <>미국 금융통화당국의 금리 인상으로
미국 주가가 조정받고 덩달아 국내 증시자금에 변고가 발생할 수 있는 점
<>대우채권 환매비율 확대로 20조~30조원이 일시에 투신권에서 인출될 수
있는 점 <>내년 초 예금보호한도 축소로 예금주들이 만기가 돌아온 저축자금
을 단기로 굴리는 점 <>내년 금융소득종합과세 실시와 사회보험 통합으로
사회적 부담이 높아질 것은 우려한 많은 사람들이 도피처를 찾고 있는 점
<>이 모든 문제가 통화증발로 이어질 수 있어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증폭되
고 있는 점 등이다.

그러나 좀 더 근본적인 원인은 한국 금융시스템이 유동성은 저급하고 위험도
는 높기 때문이다.

유동성은 자금주가 맡긴 돈을 찾고 싶을 때 즉각 찾을 수 있는 정도이고
위험도는 채무자 누군가가 부도를 냈을 때 그것이 자금주의 손실로 직결되는
정도다.

한국은 작년 6월말 현재 전체 금융자산 1천조원 가운데 3분의 2 가량이
기어에 대한 대출자금으로 묶여있다.

이중 10~30%는 이미 회수불능상태가 돼 버린 것으로 추정되고 나머지도
단기간에는 회수할 수 없는 돈이다.

게다가 이 중 절반은 30대 재벌에 대출돼 있다.

모든 저축자금을 한 회사에 빌려주었을 경우 자금주가 이 돈을 언제든
마음대로 빼 쓸 수 없듯이 한국 금융자산도 그토록 유동성이 저급하다.

소수 예금주만 변심해도 또는 장단기 금리차이나 기관간 금리 차가 조금만
변해도 자금시장은 요동을 친다.

거액이 소수 기업에 대출됐기 때문에 위험분산도 안 된다.

한 두 회사만 부실해져도 워낙 부실규모가 크기 때문에 예금주가 바로
손해를 보게 돼 공황심리가 즉각 확산된다.

여기다 너무 많은 금융회사들이 난립, 경쟁하는 통에 수익성이 저급하고
자본이 취약해 문제가 발생하면 이내 간접시장 전체가 마비된다.

이런 금융불안은 기업들의 연쇄부도로 이어져 또 실물불안, 사회불안으로
파급된다.

이에 선진경제일수록 국민의 저축자금이 은행 보험 등 예금상품에 뿐만
아니라 주식이며 채권 등에 널리 투자되도록 유도해 한 시장의 충격이
다른 시장의 보완작용으로 완충되도록 한다.

정부가 그간 주식, 채권 등 직접금융시장 육성에 진력해 온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의 직접금융시장은 보완작용보다는 불안을 부추기고 증폭시키는
작용을 해 문제가 크다.

증시 내 많은 자금이, 예금자금을 대거 끌어쓰고 있는 거대 기업들과
이해관계가 동일한 소수 특정 중개기관에 의해 관리 운영되는 탓으로
위험분산이 거의 안 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시장 내 기업정보가 태부종인데다 부정확해 비합리적 군중심리가
큰 힘을 발휘한다.

이 와중에 사람들은 외국인 투자자들 따라하기 바쁘고 그 덕분에 외국인
투자자들은 1백조원도 안 되는 돈으로 한국 경제를 좌지우지하고 있다.

이 통에 한국 경제는 불안만 키우고 국부를 상실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거대 기업과 위험 상관도가 가장 적은 자산을 시급히
유가증권화 해서 자본시장의 전반적 유동성은 높이고 위험도는 낮춰야 한다.

정부는 현재 이를 벤처기업에서 찾고 있는 듯 하다.

하지만 그 시장규모는 고작 몇 조원에 불과하고, 부실화 가능성이 너무
높다.

그러니 다른 시장을 속히 개발해야 한다.

특히 무엇보다 부동산 관련 세금을 획기적으로 낮춰 부동산의 증권화를
도모함이 시급하다.

< 전문위원 shindow@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3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