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연구단지에서는 요즘 사무실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자고나면 새로운 벤처기업들이 몰려와 새 간판을 내걸고 있다.

대학 연구소 대전시가 경쟁적으로 벤처창업센터를 만들었다.

하지만 몰려드는 벤처기업을 모두 수용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이바람에 연구소의 빈 사무실이나 강의실이 눈에 띄기만 하면 벤처공간으로
바뀐다.

벤처업체들은 더이상 대학이나 연구소에만 기대기 어려워 협동화단지를
만들고 있다.

이들 벤처기업은 대덕연구단지를 불야성으로 만들어 놓았다.

불과 2년전 구조조정 여파로 연구원들이 떠나 텅 빈 곳이었다고는 도무지
믿어지질 않는다.

대덕연구단지가 벤처밸리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국내 최고의 씽크탱크
집단이 몰려있기 때문이다.

또 연구소의 고가 연구기자재를 사용할 수 있는 잇점도 누릴수 있다.

어느 지역보다 고급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는 메리트도 있다.

이같은 여건으로 대덕연구단지에만도 대전지역 전체 벤처기업의 80%가 넘는
2백여개 업체가 입주해 있다.

종사자수도 4천여명에 이른다.

연간매출은 3천여억원선으로 추정되고 있다.

대덕연구단지를 벤처타운으로 만들어가고 있는 선봉장은 한국과학기술원
(KAIST).

초창기에는 빈 강의실을 벤처공간으로 꾸며 벤처기업을 육성해왔다.

최근에는 연면적 3백여평 규모의 기술혁신센터를 세워 벤처기업을 보육하고
있다.

모두 60여 업체가 입주했다.

이젠 더 이상 입주할 공간이 없을 정도로 벤처기업의 요람으로 인기다.

이곳에 입주한 다림비젼은 동영상압축과 인터넷 전송기술 업체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올해 매출목표를 지난해보다 9배나 증가한 7백억원으로 잡고 급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최근엔 독일 영국 멕시코 등 해외투자자를 대상으로 초청 설명회를 열었다.

올 상반기중 코스닥 등록도 추진중이다.

인터시스(소프트웨어개발) 메디슨정보통신(네크워크게임개발) 건아기전
(고해상도 디지털카메라)등도 대표적인 기업들이다.

전자통신연구원도 1천4백평 규모의 창업보육실을 지어 50여개의 벤처기업을
입주시켰다.

가우리정보통신(유선통신) 넥스맨시스템(인터넷) 테크웨이(무선통신)등
소프트웨어개발 반도체부품 인터넷 통신업체등 정보통신업체들이 속속
모여들고 있다.

원자력연구소에는 한빛레이저(산업용레이저) 한올로보틱스(이동로봇)
카엘환경연구소(원자력필터) 등 원자력관련 업체를 중심으로 8개 벤처기업이
둥지를 틀고 있다.

대덕연구단지에 있는 충남대도 3천7백여평의 창업보육실에 길정보컨설팅
(데이터베이스) 시그월드(고속문서인식기) 휴메텍(의료기기) 등 30여개
업체가 입주해 있다.

대전시가 세운 중기지원센터에 입주한 신양에너지(태양열집열기)
지란지교소프트(소프트웨어개발) 솔레디자인(인터넷 가상현실 문화재복원)
등 30여개 기업도 대덕연구단지를 대표할 기업들이다.

협동화단지도 잇따라 조성되고 있다.

LG연구소와 SK연구소 사이 4천여평에는 다음기술연구소 운상정보통신기술
에이스랩 등 모두 7개 업체가 들어서있다.

천문대 자리 5천1백평과 삼양화학연구소 부지 2만5천평 부지에도 20여개
업체가 협동화단지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들어 대덕연구단지에 입주공간을 마련하기 어려워지자 벤처기업들은
연구단지 인근의 대전4공단내 장영실관 다산관에서 둥지를 틀기 시작했다.

대덕연구단지가 벤처타운으로 자리잡자 엔젤투자자들의 발걸음도 빨라졌다.

구매상담을 위한 바이어들도 분주하게 드나들고있다.

대덕연구단지내 대덕롯데호텔과 엑스포과학공원 사이를 잇는 대로변과
엑스포아파트 주변의 음식점 의류점도 벤처붐에 힘입어 호황을 이루고 있다.

벤처기업 관계자들은 이지역에 하이테크시장을 개설해 첨단기술이
거래되도록 한다면 벤처기업이 더욱 번성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대덕연구단지는 이제 순수 연구단지에서 산업생산과 연계된 벤처타운으로
성장해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눈부시게 성장할 것입니다"

이곳 벤처기업가들은 대덕연구단지가 앞으로 미국의 실리콘밸리에 버금가는
첨단벤처 중심지가 될것이라는 기대감과 자부심이 대단하다.

< 대전=이계주 기자 leerun@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3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