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는 그 어느 때보다도 변화와 혼란의 시기이자 희망과 기회의 시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국경을 무의미하게 하는 세계화라는 흐름이나 정보.통신기술과
생명공학 기술 등의 급속한 발전을 주목하면 더욱 분명해진다.

21세기 초의 대표적인 화두 가운데 하나는 단연코 "지식"이 될 것이다.

인류의 역사상 지식을 소홀히 한 적은 없었을 것이나 최근처럼 지식의
중요성이 크게 강조된 적도 없었을 것이다.

과거에는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데 있어 토지 자본 원재료 등을 가장
중요시했으나 이제는 지식이 가장 중요한 부가가치의 창출원이 되고 있다.

이런 변화의 근저에는 많은 나라에서 기본적인 의식주 문제를 해결케 됐다는
사실이 자리잡고 있다.

공급 초과현상이 나타나면서 열심히 일하는 것보다 환경변화가 요구하는 것,
수요자들이 원하는 것을 기민하게 충족시킬수 있도록 일하는 것이 더욱 중요
하게 됐다.

세계적 석학 피터 드러커도 어느 경제나 기업의 생존과 번영은 지식을 지닌
근로자의 생산성에 점점 더 의존하게 될 것이라고 단언하고 있다.

현재 한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지식관련 논의는 지식의 중요성을 부각시켰다
는 점에서 바람직하나 적어도 다음 두 가지 점은 보완됐으면 한다.

첫째 지식의 편식현상을 시정해야 한다.

지식은 여러 기준으로 분류할 수 있지만 "경제적 부가가치 창출형 지식"과
"규범 형성형 지식"으로 나눌수 있을 것이다.

기술로 대표되는 "경제적 부가가치 창출형 지식"은 경제성장을 가능케
한다는 점에서 결코 소홀히 할수 없다.

"규범 형성형 지식"은 세상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 어떻게 사는 것이
올바른 것인지, 왜 법을 지켜야 하는지 등과 같이 개인이나 사회의 가치와
규범형성에 필요한 지식이다.

이러한 지식은 역사 문학 철학과 같은 인문학의 영역에 속한다.

유전공학을 이용해 복제인간을 만드는 것은 과학기술, 즉 "부가가치 창출형
지식"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지만 그것이 과연 옳은 것이며 어디까지 허용해야
할 것인가를 판단하는 것은 윤리 문제로서 "규범 형성형 지식", 즉 인문학의
영역에 속한다.

전자를 지나치게 중시하고 후자를 경시하면 사회의 가치관과 도덕이
무너지고 물신주의에 빠지게 된다.

우리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조선왕조 5백년은 통치기반을 굳히기 위해
인문학을 강조하고 정략적으로 이용한 시기로서 보통 사람이 지키기 어려운
규범으로 지나치게 속박했다.

반면 경제개발 제일주의로 치달은 최근의 40여년은 부가가치형 지식만을
강조하고 인문학적 지식을 소홀히 해 우리의 정신이 황폐해지고 가치관이
무너진 그런 시기가 아니었던가 싶다.

최근 지식과 관련한 우리들의 논의를 보면 아직도 부가가치 창출형 지식만을
논의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

둘째, 부가가치 창출형 지식이라 할지라도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분명히 해줄 필요가 있다.

자신의 업무나 행동과 관련해 필요한 지식이 과연 무엇인지를 잘 알아야
이를 습득하고, 활용 계획을 세우고, 실천할 것이 아닌가.

흔히 지식이라고 하면 기술만을 의미하는 것으로 좁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과학기술은 지식의 중요한 부분이지만 전부는 아니다.

기업들이 중시하는 지식자산을 살펴보자.

대표적인 지식자산은 특허권 저작권 디자인권 상품권 상표권은 물론 영업상
비밀이나 영업노하우일 것이다.

그러나 시장과 관련해선 브랜드, 우호적인 고객, 유통경로 등도 중요한
지식자산이다.

직원들이 교육과 경험을 통해 손끝에 익히거나 머릿속에 담아놓은 업무수행
능력이나 관련지식이 중요한 지식자산임은 물론이다.

이것 외에도 체화된 기업문화, 경영 프로세스, 정보기술 시스템, 네트워크
시스템 등도 기업의 인프라 자산이라고 할수 있을 것이다.

국가는 국가 수준에서 지식기반 경제를 구축하고 기업은 기업 수준에서
지식경영 체제를 구축해야 하며 개인은 시대가 요구하는 지식을 갖춰야
한다는 것은 21세기에 생존하고 번영해 나가기 위한 필요조건이다.

"부가가치 창출형 지식"과 "규범 형성형 지식"을 균형 있게 섭취해야만
올바른 가치관과 새 시대에 필요한 기술을 가진 균형된 사람이 될 수 있다.

기술만 가지고 있지 생각이 바르지 못한 인간을 키워내는 것보다 올바른
가치관을 지니고 올바르게 행동하는 인간을 키워내는 일이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명심하자.

그래야만 비로소 지식이 진정으로 살기 좋은 나라, 건강한 경제를 만들고
개개인의 복리를 증진시켜 주는 중요한 자원으로 쓰일 수 있을 것이다.

< yhlee@mail.lger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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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약력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미국 위스콘신대 경제학박사
<>행시 13회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