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가 B씨에게 신비스럽게 보이는 옥함을 1백만원에 팔았다.

하루 뒤 이 옥함을 B가 A에게 1백50만원에 팔았다.

A가 다시 B에게 2백만원을 받고 팔았다.

이렇게 두 사람이 팔고 사기를 거듭하자 옥함은 어언 간 1천만원을 호가하게
됐다.

두 사람이 계속 돈을 버는 과정을 지켜보던 C씨가 B로부터 1천1백만원에
이 물건을 샀다.

그동안 돈을 많이 번 B가 고급살롱에 가 기분 좋게 한잔 마셨다.

다시 옥함을 사고 싶었지만 돈이 부족했다.

B가 사지 않는 것을 보자 살 기회만 기다리던 A도 의혹이 무럭무럭 일어
옥함 사는 일을 미뤘다.

C는 값을 내려 이 물건을 처분하려 했다.

그러나 한번 상처가 난 옥함의 매력은 매일 떨어졌고, 5백만원에도 3백만원
에도 팔리지 않았다.

분통이 터진 C가 옥함을 땅바닥에 내팽개쳤다.

부서진 옥함 속에서 종이가 한 장 나왔다.

"코스닥 주식"이란 글자가 쓰인 종이가 나왔다.

사람들은 성장성이 어떠하고 내재가치가 어떠하느니 하면서 주식가치를
가늠한다.

그렇지만 기실 이것은 환상에 불과하다.

일주일전에 5만원이던 주식가격이 오늘은 3만원도 되고 7만원도 된다.

인파에 묻힌 투자자는 대중의 외침에 현혹돼 똑같은 산을 오늘은 크게,
그리고 내일은 작게 보는 것이다.

증권시장은 자본주의 경제의 심장과 같다.

우리나라도 작년 한해 주식시장 활황의 덕을 톡톡히 봤다.

IMF경제위기를 지나며 자금이 고갈된 많은 기업이 이를 통해 자금을
조달했다.

덕분에 시설과 재무구조를 개선했다.

외국의 온갖 펀드를 유인해 국민의 정부가 자랑하는 외환보유액 증대에
크게 기여했다.

무엇보다도 증권시장의 열기가 일반국민의 경제 분위기를 붕 띄워 실물경제
의 회복으로 이어지게 했다는 점이 중요했다.

앞에 소개한 머니게임은 잘못 참여한 자, 늦게 참여한 자, 불참한 자에게
부과되는 불행과 박탈감의 문제는 있지만 국가적으로야 키워가야 할 기구라는
점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한국처럼 요동치고 편식하는 주식시장을 본적이 있는가.

4년 전에 중소기업의 자금조달창구를 열어주기 위해 거래소 장외시장이란
것이 설립됐다.

재작년까지 하루에 10억원대를 거래하던 이 장외시장, 곧 코스닥시장이
작년 한해 벤처기업 붐을 타고 수직상승하더니 연말에는 수조원을 거래하는
괴물로 둔갑했다.

연초에 1천원 내외였던 "컴.텍.통"자 붙은 주식이 연말에는 2만~3만원을
호가하게 됐다.

그런가 하면 작년 한해에 빚도 털고 이익도 폭증했다는 주식들이 최근
무수하게 반토막 세토막 가격으로 추락했다.

작년 5월 필자는 본란을 통해 "벤처만능 증후군"을 보이고 있던 정부의
자세에 우려를 표한 바 있다.

우리 정부가 앞장서서 벤처기업에 우호적인 경제.사회 풍토를 조성하려는
노력은 높이 평가할 일이다.

그러나 의지가 지나쳐 당국이 벤처산업을 육성하겠다고 나서고 국민 모두가
벤처기업으로 성공하겠다는 환상에 빠진다면 곤란하다.

정부가 생존가능성이 불확실한 벤처산업에 은행대출을 강요하고, 각종
특혜로 벤처투자를 유인한다면 이것은 잠재적 피해자의 양산과 국민경제의
부실을 초래하는 국가의 고의적 유도행위가 될 수도 있다는 요지였다.

그후 주지하다시피 정부가 앞장서고 언론이 맞장구치며 경제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하이테크와 벤처만이 우리의 미래라고 외쳐왔다.

그리고 세계화를 타고 불어온 정보화, 디지털화, 벤처 바람이 우리 사회에만
존재하는 광기를 흡수하고 소용돌이친 결과, 오늘과 같은 벤처투자 왕국이
대한민국에 나타나게 됐다.

실로 벤처산업은 돈줄이 막히는 바가 없었다.

따라서 구름같이 탄생하고, 무수한 국민이 주식투자를 하든, 직업선택을
하든 벤처산업을 통한 성공을 꿈꾸는 세상이 됐다.

지난 여러 공화국 시대의 피나게 어려웠던 금융난을 모르고 창업하고 확장한
우리의 신세대 벤처산업은 과연 모두 성공할 것인가.

여기에 투자하고 이 분야를 선택한 많은 사람들은 어떻게 될까.

무공장을 지향하는 인터넷 정보지식산업 벤처산업이 수백만의 일자리를 만
들 수 있을 것인가.

모두가 그렇게 대망하던 새 밀레니엄이 되자 2~3주만에 "컴.텍.통"의
코스닥 주식가격이 반절 이하로 추락했다.

막무가내인 정부는 그렇다 치고, 이제는 최소한 언론이라도 벤처의
무분별한 확장을 부추기는 짓을 그쳐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더 많은 벤처환상자가 나오지 않도록 벤처수성의 어려움을 정확히 알려야
할 때라고 본다.

< kimyb@cau.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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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약력

=<>연세대 경제학과
<>미국 콜로라도대 경제학박사
<>한국개발연구원(KDI) 수석연구원
<>저서:경제체제론, 떼한민국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