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하고 차별화된 소재로 승부한다"

인터넷전문 방송국은 기존 공중파나 케이블TV의 인터넷방송과는 무엇인가
다른 장점으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공중파방송의 풍부한 콘텐츠를 당해낼 수 없기
때문이다.

새롭게 생겨나는 인터넷전문 방송국들의 경쟁력 강화 전략 가운데 하나는
"소재의 차별화".

금기시돼 왔거나 공중파에서 다루기 힘든 소재를 과감히 방송화하는 것이다.

이같은 방송프로그램들은 주관적이면서도 직설적인 표현이 난무해 자칫
거부감을 주기 십상이지만 자유로운 사고방식을 가진 젊은 네티즌들의 "틈새"
를 파고들고 있다.

"셧업"(www.shutup.co.kr)은 디자인이나 레이아웃부터 파격적이다.

영화 "나쁜영화"의 포스터나 삼류 에로잡지같은 분위기로 방문자들의
시선을 붙잡는다.

예쁘고 세련된 것만을 추구하는 여타 웹사이트와는 확실히 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파격은 디자인에 그치지 않는다.

프로그램의 제목과 내용으로 그대로 이어진다.

에로배우가 고백하는 "지원이 에로영화찍다", 동성애와 폭력을 소재로 한
방송 "내가 밤에 누구랑 자든 무슨 상관이니", 한국사람들의 꼴불견을 꼬집는
"한국인 욕하기" 등등.

특히 "한국인 욕하기"에서는 외국인들이 등장해 "부인을 왜 집사람
(집지키는 사람?)으로 부르지요" 등의 주제로 한국인들에게 쓴소리를
퍼붓는다.

셧업은 "사회 곳곳에서 힘겹게 또는 당당하게 살아가고 있는 소수(minority)
의 목소리를 전한다"며 "이들의 다르게 살아가는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존재
를 인정하는데서 인권존중은 시작된다"고 강조한다.

"깨는 소리, 깨는 방송"을 모토로 한 "무차별 방송국"(muchabyol.channeli.
net)은 그야말로 무차별적이고 독특한 소재와 형식으로 네티즌들 사이에
명성이 높다.

캐나다 독일 서울 충청도 등 각지에 흩어져 있는 웹자키들이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전유성 이그러진 티브이"(et.cjdream.net)는 개그맨 전유성의 생김새를
재미있게 묘사한 캐릭터를 빌려 엉뚱하고 부조리한 방송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60대의 노령방송"을 추구한다는 "금보의 번지없는 주막"이 대표적인
프로그램이다.

"번지없는 주막"같은 흘러간 옛노래를 틀어주지만 방송 멘트는 60대와는
전혀 관계없다.

세상을 향한 조소와 독설이 주 내용이다.

"빗난 생각 운동본부"는 생각의 자유를 추구하는 사람과 자신이
청소년이라고 생각하는 모든 사람들의 "묻지마 놀이터"다.

외국어 사이트인 "더 싱크"(www.thesync.com)는 참신하고 파격적인 소재의
애니메이션으로 유명한 인터넷방송국이다.

영화 타이타닉에 동물을 등장시킨 단편이나 현대인의 휴식요법을 코믹하게
패러디한 작품 등 실험적이면서 흥미로운 영상물을 만날 수 있다.

< 송태형 기자 toughlb@ 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