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채권이 많은 해외금융회사들은 유리한 상환조건을 얻어내기 위해
현대그룹사 여신 회수 등 위기감을 고조시키는 압박작전을 폈으나 다른
금융사의 반발로 성과를 거두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24일 "대우여신이 많은 일부 해외금융사들은 작년
11월말까지 현대에 대한 여신한도를 줄이는 등 현대를 압박하며 정부와 국내
금융사들을 흔들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현금흐름이 좋은 현대그룹사에 대해 뱅크원 등 다른
해외금융사들이 대우 해외채권 금융기관이 현대 여신을 줄이는 틈을 놓치지
않고 오히려 여신을 늘리는 바람에 현대 조이기는 실패로 끝났다"고 설명
했다.

해외채권단은 이에따라 작년 11월말부터 상환협상에 적극 나서기 시작했다는
후문이다.

이에대해 대우채권이 많은 외국금융사 관계자는 "한국에 대한 여신한도를
전반적으로 재조정하는 과정에서 취한 조치일 뿐 현대만 줄인 것은 아니다"
고 말했다.

현대에 대한 여신축소를 저지하는 데는 이헌재 당시 금감위원장과 주채권
은행인 외환은행의 대주주 독일 코메르츠방크도 크게 기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헌재 금감위원장은 당시 현대측에 로드쇼(해외설명회)를 가질 것을
권했고 현대는 이를 즉시 실천에 옮겨 국제신인도를 높였다.

그는 1998년말에도 대우측에 로드쇼를 권했으나 대우가 이를 묵살했다는
후문이다.

독일 코메르츠은행은 외환은행과 공조채널을 구축해 유럽금융계에서 현대
그룹과 관련한 악성루머를 평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따라 작년 가을 해외 금융사들은 현대에 우호적인 곳과 그렇지 않은
곳으로 크게 양분됐다는 것이다.

< 허귀식 기자 window@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