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혜성처럼 등장한 젊은 한국 디자이너가 패션의 메카 프랑스를 놀라게
하고 있다.

현지 패션계의 주목을 받는 주인공은 지난해 7월 한국인 최초로 파리
의상조합 공인 오트 쿠튀르(Haute Couture) 패션쇼를 가진 김지해(36).

최근 LCI TV는 그에 관한 특집방송을 통해 "세계 패션계를 횃불로 이끌
예술가"라고 격찬했다.

르 피가로지는 얼마전 패션계에서 은퇴한 "겐조와 파코 라반의 공백을
메울 차세대 디자이너"라고 보도했다.

18일 파리 중심가 생 제임스 & 알바니 호텔에서 2000년 봄 여름 컬렉션을
가진 그는 전 참석자를 다시 한번 매료시켰다.

평소 차갑기로 유명한 프랑스 상류사회 인사들도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참석자들 중에는 디디에 그랑마 파리의상조합장을 비롯해 프랑스 주요
박물관장과 미술관장들의 모습이 보였다.

크리스티앙 디오르와 겐조, 루이뷔통을 소유하고 있는 세계적 호화 유명
제품그룹 LVMH 이사진도 대거 참석했다.

국영 방송 FR3과 민영 TF1, 프랑스 독일 합작 방송사 아르테는 열띤 취재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1990년 일본 문화복장학원을 졸업하고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활동하던 그가
오트 쿠튀르계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콤므 데 가르송의 간부가 프랑스
패션계에 소개하면서부터.

프랑스 언론은 김지해를 디자이너라기 보다는 예술가로 부른다.

그는 한국은 물론 프랑스에도 매장이 없다.

파리 북쪽의 조그만 아틀리에에서 자신과의 투쟁을 하는 가난한 화가처럼
창작활동만 한다.

오트 쿠튀르 패션쇼를 준비하는 데는 자그마치 5억원이 넘는 예산이 든다.

하지만 그는 자기 돈 한푼 안들이고 파리 컬렉션에 참가하는 유일한
디자이너다.

재능을 인정하는 각계 최고 전문가들이 자원봉사를 해주기 때문이다.

< 파리=강혜구 특파원 hyeku@ coom.com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