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의 움직임을 주시하라''

작년 10월말부터 시작된 외국인의 주식매수세가 올들어서도 지속되면서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의 성격에 대해 증시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지난 17일에는 2천60억원어치를 순매수하는등 지난 10일부터 하루평균
순매수규모가 1천3백70억원에 달하면서 외국인의 주식매수 배경에 촛점이
맞춰지고 있다.

외국인자금중 80~90%는 글로벌펀드나 연기금등 장기투자자금이며 10~20%만이
헤지펀드등 단기자금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러나 헤지펀드는 매매회전율이 높아 주가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이들은 작년11월부터 원화가치가 상승세를 보이면서 정보통신주를 집중적
으로 매수했다.

데이콤 SK텔레콤 한국통신등 정보통신주들이 2배이상 주가가 오르자 이를
고가에서 처분한 뒤 유동성이 높은 블루칩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헤지펀드들은 1.4분기중에 원달러환율에서 10%, 주식투자에서 10~20%등
20~30%의 단기수익을 노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들은 이런 이익을 취한 뒤 한국의 증시상황이 나빠질 경우 미련없이
한국을 떠날 것이다.

최근들어 외국인이 공격적인 매수세를 보이고는 있으나 경계감을 늦춰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외국인들은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17일까지 4조3천9백17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주요 순매수 종목은 삼성전자 현대전자 국민은행 현대자동차 삼성전기
등이었다.

반면 이기간중 한국통신 데이콤 삼보컴퓨터 삼성SDI 삼성화재등은 순매도
했다.

업종대표주로서 유동성이 풍부한 주식을 사고 주가가 많이 올랐던 종목을
내다팔아 단기차익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글로벌펀드 등의 장기투자 =증권전문가들은 외국인 매수의 대부분은
글로벌펀드나 연기금등 장기자금이라는데 입을 모은다.

이종환 살로먼스미스바니환은증권 전무는 "한국주식시장의 규모가 커짐에
따라 글로벌펀드의 투자기준에 맞는 종목들이 늘어나면서 글로벌펀드의
유입이 늘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 한국통신 SK텔레콤 포항제철등 싯가총액이 10억달러(경우에 따라선
5억달러)를 넘고 세계적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수익성이 높은 종목으로
장기자금이 유입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최인섭 모건스탠리증권 영업부장도 "한국기업의 실적을 감안한 장기투자가
외국인투자의 주류"라며 "작년 10월 이전까지만해도 한국주식에 투자하는
펀드는 지역펀드였으나 11월부터 글로벌펀드도 가세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역펀드(Regional Fund)는 아시아나 남미,동유럽등 특정 지역에만 투자하는
펀드인 반면 글로벌펀드는 전세계 증시를 대상으로 투자한다.

<>헤지펀드의 단기투자 =그러나 일부에서는 헤지펀드에 의한 단기투자론을
강하게 거론하고 있다.

박경민 SEI에셋코리아자산운용 상무는 "최근 공격적으로 주식을 사고 있는
외국인은 단기시세차익과 환차익을 노린 헤지펀드"라고 지적했다.

그는 "외국 증권회사들이 대부분 원달러환율이 이르면 1.4분기중에 달러당
1천원선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외국인이 원화를 보유하는
데는 여러가지 제한이 있기 때문에 실적에 비해 주가가 낮은 블루칩을 사들여
환차익과 시세차익을 동시에 겨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외국인 순매수종목이 대부분 언제든지 팔 수 있는 유동성 높은 종목
이라는 점을 눈여겨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작년 11월부터 소로스의 퀀턴펀드를 비롯한 헤지펀드 자금이 약
6천억원 가량(5억달러) 유입돼 정보통신주를 집중적으로 사들인 뒤 올해
매도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정보통신주는 성장성이 뛰어나나 글로벌펀드가 투자할
정도로 안정적이지 못하다"며 "작년 11월부터 정보통신주에 투자한 외국인
자금중 상당부분은 헤지펀드"라고 지적했다.

< 홍찬선 기자 hcs@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