잿빛 하늘에 끝없이 펼쳐진 순백의 설원.

저 멀리 바다와 이어진 수평선은 에메랄드빛이다.

바람이 일면 흰눈을 뒤집어 쓴 구상나무는 눈가루를 비늘처럼 흩날린다.

해발 1천6백m의 한라산 윗새오름 중턱.

이 곳에서 바라본 세상은 황량함과 원시의 아름다움만 존재한다.

제주사람들은 "겨울 한라산을 보지 않고는 제주도를 논하지 말라"고 말한다.

파란 하늘아래 펼쳐진 설경과 눈꽃, 바람에 흩날리는 은빛 물결은 등산객의
넋을 빼앗을 정도로 아름답다.

''한라산 눈꽃축제''가 오는 22일부터 시작된다.

한라산의 어리목 영실 천백고지와 신제주 로터리공원 일대에서 30일까지
펼쳐진다.

올해 눈꽃축제는 예년과 달리 체험 위주의 프로그램을 강화했다.

<> 눈꽃트래킹 =어리목과 영실에서 출발해 윗새오름 대피소까지 오르는
등산로는 말 그대로 환상의 눈꽃 트래킹 코스다.

어리목 코스(4.7km)의 절경은 어리목 계곡을 지나 해발 1천3백여m 지점인
사제비 동산에서 시작된다.

갑자기 나타난 설원이 끝없이 이어지면서 앞에는 장엄한 백록담이, 뒤에는
바다와 잇닿은 제주가 한눈에 들어온다.

등산로 좌우에 펼쳐진 눈꽃은 비경에 가깝다.

영실 코스(3.7km)는 어리목 코스에 비해 짧지만 급경사를 이루는 난코스다.

영실 코스의 백미는 오백나한 또는 오백장군으로도 불리는 영실기암이다.

해발 1천6백m 고지 가파른 낭떠러지 위에 하얗게 눈을 뒤집어쓴 수많은
기암괴석을 볼 수 있다.

영실기암을 지나면 구상나무의 화려한 눈꽃터널을 만난다.

대피소에서 백록담 정상까지는 입산금지 구역이어서 아쉬움이 남지만
대피소에서 먹는 컵라면 맛이 일품이다.

아이젠과 모자 장갑을 반드시 준비해야 한다.

산행은 어느 쪽으로 오르든 4시간 30분은 잡아야 한다.

<> 행사 프로그램 =낮에는 한라산 중턱 일대인 눈고을에서, 밤에는 신제주
시가지인 빛고을에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어리목과 천백 고지에서 개막행사가 열린다.

개막제에 이어 트래킹 난장풍물 눈얼음조각전시 스키교실 등 온 가족이
함께 참여하는 행사가 열린다.

눈썰매장에선 이색썰매타기 눈싸움대회 조랑말썰매타기 대나무스키타기 등
눈을 주제로 한 다양한 이벤트가 마련된다.

신제주 로터리 삼다공원 일대에서는 개막 점등식에 이어 풍성한 야간행사가
마련된다.

헝가리무용단의 캉캉 쇼를 비롯 스노다트 메가윷놀이 로빈후드 투호놀이
링던지기 등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도립예술단 공연, 관악4중주 공연은 물론 젊은이들을 위한 라이브공연과
테크노댄스 경연대회도 펼쳐진다.

또 올해 처음으로 야간 벼룩시장을 개설, 군밤 군고구마 빙떡 등 겨울
정취를 물씬 자아내는 이색 이벤트도 마련된다.

<> 교통편 = 행사기간동안 제주시와 중문 서귀포에서 어리목까지 셔틀버스
가 운행된다.

제주시 제주농고에서 오전 7시부터 15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영실 천백고지는 어리목에서 하차해 셔틀버스를 갈아타면 된다.

요금(편도)은 어른 1천원, 청소년 5백원.

중문 서귀포 쪽에서는 탐라대에서 오전 8시부터 30분 간격으로 출발하는
셔틀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어른 2천원, 청소년 1천원.

문의 제주축제문화연구원(064-746-2880)

< 제주=이성구 기자 sklee@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