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거대 미디어그룹인 타임워너와 최대 인터넷업체인 아메리칸 온라인
(AOL)이 합병하기로 했다는 소식은 관련업계 뿐만아니라 전세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합병회사의 자산가치가 3천5백억달러로 사상 최대규모여서가 아니라 이번
합병이 방송과 통신의 융합, 미디어와 인터넷의 상호보완이라는 시대적
흐름을 잘 보여주기 때문이다.

합병계획이 발표되자 미국과 유럽의 관련업체 주가가 크게 상승한 것도
앞으로 비슷한 성격의 합병이 줄을 이을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다.

이전부터 미디어 업체들은 급성장한 인터넷을 활용해 영향력을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해왔고 인터넷 업체들도 더많은 가입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다양하고 흥미있는 컨텐츠를 확보하는데 열을 올려왔다.

미디어산업과 인터넷업계에서 나름대로 이미 강력한 영향력을 구축한
타임워너사와 AOL사가 또다시 합병하기로 한 까닭도 상호보완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자는 시너지 효과를 노렸기 때문이다.

이처럼 서로 다른 업종간의 제휴나 결합을 통해 상승효과를 노리는 일은
최근 각광받고 있는 무선인터넷과 전자상거래 분야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분야별로 손꼽는 유력업체끼리 손을 잡는 이른바 "윈-윈 전략"을 펴기
위해 업종별로 인수.합병이 촉진될 가능성도 크다.

타임워너사는 타임 CNN 워너브러더스 등이 결합해 뉴스 연예 오락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복합미디어 그룹으로 부상했고 AOL사도 컴퓨서브
넷스케이프 등을 인수.합병해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인터넷업계에서
강자로 군림하게 됐다는 것이 그 예다.

또한 이번 합병은 네트워크 확대를 통해 시장선점을 꾀하는 정보산업의
속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정보산업에서는 경쟁기업과 제휴할 경우 시간과 경비를 절약하면서 순식간에
거대한 네트워크를 형성해 막대한 신규시장을 창출할 수 있다.

일단 사용자수가 많아지면 새로운 서비스에 대한 개발압력이 높아지고
이러한 사용자 수요에 대응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경쟁력이 강화되는 외부
효과가 발생하는데 성장속도가 빠른 산업에서는 시장을 선점한 쪽이 이같은
이익을 독차지하게 마련이다.

최근 고속성장한 국내 정보산업도 이번 합병을 계기로 그동안의 빈약한
정보내용과 부실한 서비스를 심각하게 반성할 때가 됐다고 본다.

아직은 네트워크 형성에도 힘이 부치는 단계이지만 지금부터라도 우리만의
독창적인 컨텐츠와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힘써야 하며 필요하다면 제휴나
인수.합병을 주저하지 말아야 거대한 해외 정보기업과 경쟁해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