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토요일 오후.

청계산 능선엔 한 무리의 사람들이 줄을 지어 산을 오르고 있었다.

이들은 청계산 정상에서 "새천년 맞이 중소기업발전 기원제"를 지내기 위해
잔설을 밟으며 겨울 산행에 나선 사람들이었다.

대열은 안병우 중소기업특별위원회 위원장, 한준호 중소기업청장, 박상희
기협중앙회 회장, 박삼규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 등 4대 중소기업지원기관
대표들이 이끌었다.

그 뒤를 4개 기관의 실무를 책임지고 있는 60여명의 국.실장과 이사들이
따르고 있었다.

"중기 4인방"으로 통하는 4개 기관 대표들이 핵심 임직원들과 함께 우의를
다지며 산을 오르는 중이었다.

안병우 위원장의 제안으로 마련된 이 산행은 중소기업계에선 매우 이례적
이고 반가운 행사라고 참석자들은 입을 모았다.

"중소기업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정부쪽 사람들과 업계의 이해를
대표하는 분들이 이렇게 많이 모이기는 처음인 듯합니다. 자연스런 분위기
에서 이런저런 얘기도 나누고 업무와 관련해서 막혔던 부분도 시원스럽게
뚫을 수 있는 기회가 됐습니다"(중기특위 김경석 국장)

"몇년전까지만 해도 4개 기관간엔 서로 손발이 맞지 않아 크고 작은 잡음이
생기곤 했습니다. 하지만 최근엔 매월 한 차례씩 4개 기관 대표들이 둘러앉아
머리를 맞대고 의논하는 일이 정례화될 정도로 상호 협조체제가 자리를 잡아
가고 있습니다"(기협중앙회 관계자)

1시간 반 남짓 산길을 올라 다다른 정상에선 중소기업 발전을 염원하고
다짐하는 기원제가 열렸다.

기원문이 낭독되고 각 기관 대표들의 헌주가 이어졌다.

"무슨 일에서나 중요한 건 결국 "사람"입니다. 이번 행사를 계기로 어떤
문제도 풀 수 있는 대화와 토론의 토대가 마련됐다고 봅니다"(중기청 장지종
국장)

올해가 중소기업에겐 다른 어느해보다 중요하다.

IMF위기의 어두운 터널을 빠져나와 재도약의 발판을 굳혀야 하기 때문이다.

또 한국경제 전체의 구조조정속에서 중소기업의 역할과 위상을 새롭게
마련하는 일도 빼놓을 수 없다.

"중소기업들이 신명나게 일할 수 있게 하자" "중소기업인들로부터 사랑받는
기관이 되자"

새해 벽두 청계산 정상에서 다짐한 이런 말들이 현실로 이뤄지기를 바라는
게 모든 중소기업인들이 이번 산행에 거는 기대다.

< 장경영 산업2부 기자 longrun@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