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회복이 전 산업으로 확산되면서 중고기계설비의 기근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9일 기계 및 중고설비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들어 공작기계 플라스틱
성형기계 머시닝센터 등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중고기계 값이 IMF(국제통화
기금) 사태 직후보다 50~70%가량 상승했다.

이에 따라 출하된지 3년이 넘은 범용 선반 가격이 30만~40만원선을 호가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이는 외환위기가 터진 직후의 중고가격보다 70%가량 오른 수준이다.

이같은 현상은 경기 회복으로 중고 공작기계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는 반면
IMF 사태이후 중고기계를 헐값에 수출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데 따른
것이다.

더욱이 중고기계 매매를 알선해온 유통업체들도 영업난으로 쓰러지거나
사업을 바꿔 그동안 중고기계 유통시장 자체가 크게 위축됐었다.

산업설비 유통업체인 금성산기의 김재석 사장은 "외환위기 직후 중고기계를
많이 수출했지만 최근 들어 매물을 찾기 힘들 정도"라며 "값을 높이 쳐줘도
중고기계를 구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서로 구로동 중고기계 유통상들도 최근들어 중고기계가격이 신제품의 40%
수준까지 급등했따고 전했다.

특히 범용 선반 밀링 프레스 등의 수요가 많아 관련 중고기계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시흥동에서 플라스틱성형기계를 매매하는 통일종합기계의 장행기
사장은 "전자 통신업계가 호황을 보이면서 플라스틱성형기계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장 사장은 "새 기계를 발주하면 3~4개월 가량의 제작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당분간 중고기계를 찾는 현상이 계속될 것"이라며 "가까운 일본에서
40여대의 중고기계를 수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 한국기계공업진흥회가 운영중인 인터넷 유휴설비
정보센터(www.koami.or.kr)에는 중고기계 원매자가 폭주하고 있다.

매각희망 중고설비 등록건수는 늘지 않는 반면 매수세력은 크게 늘어 거래
성사율이 54.2%(5천8백83건)로 높은 편이라고 진흥회측은 설명했다.

작년 2월의 거래성사율은 23.3%(1천6백80건)에 불과했다.

관련업계에서는 IMF 직후 절반이상의 중소 기계생산업체들이 도산했기
때문에 기계 기근현상이 풀리려면 6개월 이상 소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공작기계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기계 제작업체들은 밀려드는 주문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

쌍용정공은 자동차 경기회복으로 프레스 주문이 쇄도, 8개월치 물량이 밀려
있고 대우중공업도 공작기계부문을 풀가동하고 있다.

쌍용정공 관계자는 "늘어나는 주문을 생산하기 위해 공장을 풀가동하고
있지만 수요를 충족시키기에는 역부족이다"고 말했다.

< 채자영 기자 jychai@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