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사외이사제에도 "탈국경화" 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은 물론 일부 개도국에서도 외국인 사외이사를
영입하고 있다.

자국내 인물만으로는 "우물 안 개구리"를 탈피할 수 없다는 인식에서 보다
신선한 시각과 다양한 인맥을 갖고 있는 해외 거물급 인사들을 사외이사로
등용중이다.

기업의 탈국경화가 목적이다.

일본장기신용은행은 작년말 로버트 루빈 전 미국재무장관을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장기신용은행은 신장은파트너(NPL)가 인수해 곧 미국기업으로 바뀔 예정이긴
하지만 모체는 엄연히 일본 기업이다.

NLP측은 "국제금융분야 경험이 풍부한 루빈을 사외이사로 끌어들여 일장은의
경영을 조기에 정상화하는 데 일조하게끔 하기 위해서"라고 영입 이유를
밝혔다.

비슷한 시기에 반대상황도 벌어졌다.

미국의 최고 브레인이 일본 기업에 영입된 데 이어 "미스터 엔"으로 통하는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전 일본대장성 재무관도 지난해 11월 미국 시티그룹의
사외이사가 됐다.

시티그룹은 루빈이 일본장기은행의 사외이사로 간다는 소식이 나온 후 바로
사카키바라를 계열투자은행인 솔로몬 스미스바니의 경영고문위원회위원으로
영입한다고 발표했다.

이 위원회는 체니 전 미국방장관, 브리티시텔레콤(BT)의 본 필드 최고경영자
(CEO), 그리고 2명의 시티그룹 회장으로 구성돼 있다.

여기에 사카키바라가 영입된 것은 대장성의 국제금융국장과 재무관을 거친
국제 금융통으로 국제금융시장에 두터운 인맥을 유지하고 있는 점이 높이
평가됐기 때문이다.

유럽과 미국에 편중돼 있던 위원회 멤버를 다양화하기 위한 것도 또다른
이유다.

또 이에 앞서 일본 소니의 이데이 노부유키 사장 겸 최고경영자가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사외이사로 선임돼 화제가 됐었다.

일본인이 미국을 대표하는 기업인 GM의 사외이사가 되기는 사상 처음이다.

GM의 글로벌화 전략에 디지털화가 빠르게 진전되고 있는 소니의 지식이
접목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이밖에 외환위기를 겪은 태국 인도네시아등 아시아국가들과 브라질 멕시코등
중남미국가의 기업들도 미국 기업가와 금융전문가들을 사외이사로 끌어들이고
있다.

< 고성연 기자 amazingk@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