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움말 주신분들 >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권영경 통일교육원 교수
<>동용승 삼성경제연구소 북한연구팀장
<>백승주 국방연구원 교수
<>이종석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조동호 한국개발원(KDI) 연구위원
<>홍순직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가나다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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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의 시작을 여는 2000년.

한반도는 과연 냉전의 낡은 틀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인가.

조국이 분단된 지도 벌써 반세기가 지났다.

그러나 "통일"로 가는 길은 아직도 멀기만 하다.

21세기의 통일은 단순히 철조망을 없애고, 영토를 합치는 것만은 아니다.

남과 북이 서로 적대감을 씻는 것에서부터 출발해 궁극적으로 민족의 역량을
한데 모아 나가는 새역사 창조의 과정이어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통일을 바라보고 준비해 나가야 할까.

남북문제 전문가들이 밝히는 통일의 경로와 전망을 테마별로 정리한다.


<> 올해 한반도 주변정세는 =지난해 9월 북.미간 베를린 회담 이후 한반도엔
냉전구조 종식의 기운이 무르익고 있다.

북.미 북.일간 관계개선은 그 첫걸음이다.

미국과 일본은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 완화를 통해 북한과의 수교협상을
본격화해 나갈 것이다.

또 러시아와 중국 등 북한의 전통적인 우방국들도 한국의 대북포용정책을
이해하고 지지하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과정에서 드러나는 북한의 태도다.

북한이 한반도 평화구축작업의 일환인 "페리 프로세스"를 수용할 것인지
여부가 관건이다.

북한이 이에 대한 명시적인 입장을 쉽게 밝히지는 않을 것이다.

단 북한이 북.미 고위급 정치회담에 나선다면 일단은 "페리 프로세스"를
수용한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북.일 수교협상은 사실상 북.미 수교협상과 연동돼 있다.

일본은 북.미 관계의 진전에 맞춰 속도조절을 할 것이다.


<> 올해중 남북대화의 가능성은 =북한이 선뜻 남북대화에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상반기엔 남한의 총선 등 복잡한 정치일정 등이 놓여있어 정부가
남북대화를 주도적으로 추진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하반기에 들어서면 북.미,북.일 수교협상의 진전과 맞물려 남북당국
간 실질적인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정부가 집권중 반드시 무언가를 이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서는
안된다.

남북대화나 정상회담에 매달리다 보면 정작 중요한 것을 잃게 된다.

통일은 장기적인 과제이므로 전략이 필요하다.

따라서 정권의 특성이나 지향과는 무관하게 통일문제, 남북문제에 대해서
만큼은 일관되고 지속적인 정책을 펴나가는 게 바람직하다.


<> 통일은 어떤 형식으로 이뤄질까 =대부분의 통일문제 전문가들은 북한이
흡수통일될 가능성에 큰 비중을 두지 않고 있다.

또 흡수통일이 그다지 바람직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오히려 북한은 지난해부터 서서히 체제안정감을 갖기 시작했다.

돌발상황이 생겨 북한내 새로운 정권이 들어설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북한이
남한에 백기를 들고 흡수통일되지는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북한이 갖고 있는 정치 사회체제를 인정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북한정권의 조기붕괴 가능성은 현재로선 별로 없는 만큼 남북간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격차를 좁혀나가는 방식으로 통일문제에 접근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 북한의 정치.사회개방은 가능한가 =경제교류를 중심으로 남북한 관계는
10여년 이상 지속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북한은 개혁 개방정책을 취하지만 현재의 정치.사회시스템을
유지하려 할 것이 틀림없다.

따라서 남북한이 본격적인 정치.사회적 통합을 이뤄나가는 것은 2010년대
후반이라야 가능하다.

이와관련,LG경제연구원은 2001년 남북정상회담이 이뤄지고 2003년 남북이
평화협정을 체결할 것으로 예상했다.

2015년께 남북한은 국가연합식 연방에 합의, 경제공동체를 구성하는 수준
에까지 이를 것으로 LG는 전망했다.


<> 통일의 시기는 언제쯤일까 =김정일 정권의 유지여부 등 여러가지 변수를
고려해야 하지만 정치적.법적 통일은 향후 10년이나 20년 뒤에나 가능하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따라서 정부 입장에선 당국간 대화에 집착하는 것보다 민간 교류.협력을
지원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다.

남북한의 경제적 격차를 고려한다면 경제공동체 등의 형태로 "사실상의
통일(de facto unification)"을 이룬 뒤 서서히 정치적.법적 통일에 접근해야
한다.

이같은 과정이 북한을 흡수통일하는 게 아니라는 점도 명확히 해야 한다.

북한으로서도 체제유지에 대한 확신이 서야만 남한에 대한 두려움을 떨치고
남북대화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 이의철 기자 eclee@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