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국민들에게 중국인의 특징을 들라하면 무슨 대답이 가장 많을까.

만만디(서두르지 않는다)와 꽉시(개인적 친분)가 아닐까 싶다.

이 두 단어는 대중국 비즈니스에서도 금과옥조처럼 여겨져 왔다.

중국인은 절대 서두르는 법이 없으니 빨리빨리식 접근을 피해야 한다라든가
꽉시를 쌓지 않고는 중국에서 사업하기 힘들다는 등의 말이 유행했다.

과연 그럴까.

베이징에서 중국인들과 몸을 부딪치며 영업을 하고 있는 상사원들은
옛날얘기라고 말한다.

돈이 걸린 비즈니스에서는 더 이상 만만디와 꽉시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중국 모래를 한국으로 수입하려던 한 상사원은 중국 파트너의 신속성에
혀를 내둘렀다.

그는 베이징에서 승용차로 약 3시간가량 떨어진 허베이성 탕산파트너에게
샘플을 보내달라고 했다.

며칠 기다릴 각오를 했다.

그러나 전화가 끝나기 무섭게 그 파트너는 승용차를 탔고 정확히 4시간만에
샘플을 건넸다.

상사원이 모래 채취와 선적 기일, 가격 조건 등을 묻자 파트너는 이동전화로
본사에 연락해 그 자리에서 답을 줬다.

상사원은 파트너의 열의에 감탄해 그날 오후 탕산으로 가는 승용차에 몸을
실을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꽉시만을 믿고 적당히 일을 처리하려다가 쓴 맛을 봐야했던 사례는 부지기수
다.

인천의 계측기 전문업체 P사장은 합작건을 성사시키기 위해 관련 공무원과
해당 회사 고위직 인사들을 여러 차례 술집으로 모셨다.

술값으로 나간 돈이 꽤 된다.

그러나 정작 결정적인 순간에 꽉시는 도움이 되지 못했다.

계약서 작성 과정에서 법적 하자가 생겼으나 함께 술 마셨던 공무원은
어쩔 수 없다는 말뿐이었다고 한다.

그는 울분을 토했지만 결국 6개월동안 공들였던 합작건을 포기해야 했다.

만만디와 꽉시가 중국인의 한 성향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통신과 교통수단이 발달하면서 중국 기업의 의사결정 속도는 놀랍게
빨라지고 있다는 게 상사원들의 지적이다.

상사원들은 또 어설픈 꽉시에 의존하는 중국 비즈니스는 생명력이 짧다고
입을 모은다.

큰 일이 터졌을 때 꽉시를 찾기보다는 자신의 입장을 합법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근거자료를 제시하는 게 문제해결에 도움이 된다는 얘기다.

두 비즈니스맨의 사례를 보면서 중국인들은 우리가 따라잡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변해가고 있다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 베이징=한우덕 특파원 woodyhan@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