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아시아의 경기회복세는 기대이상이다.

빠르고 강했다.

외환위기를 겪었던 한국 태국 말레이시아의 경제성장률은 거의 두자릿수에
가깝다.

홍콩 싱가포르 일본 필리핀도 플러스성장으로 완전히 돌아섰다.

환란당시 국제 경제학자들은 "앞으로 아시아경제는 80년대와 같은 고도성장
은 불가능하다"고 장담했다.

그러나 이 장담은 거의 빗나가고 있다.

물론 환란당시의 경제가 워낙 나빴기에 상대적으로 성장률이 이처럼 높아진
측면도 있다.

그렇다해도 현재의 아시아의 경기회복세는 매우 강하다.

그렇지만 아시아경제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자칫하다간 다시 심각한 경기불황에 빠질수 있다는 경고의 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온다.

소위 아시아의 "이코노믹 Y2K"를 거론하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현재 아시아경제가 급속히 회복되고 있지만 어느 순간에 다시 주저앉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 시기가 바로 새천년의 첫해인 2000년이 될수 있다는 게 아시아의
이코노믹 Y2K론이다.

이코노믹 Y2K를 거론하는 사람들은 아시아의 근본적인 경제개혁이
미흡하다는 점을 우선적으로 내세운다.

정부와 기업들의 구조개혁 기반이 취약하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사실 한국 태국 인도네시아등 환란 3국은 경제가 살아나자 개혁의 고삐를
늦추고 있다.

금융산업의 개혁은 철저하지 못했고 기업들은 과거의 비효율.고비용의
구태를 벗어던지다가 멈춰서있다.

대다수 부문에서 개혁들이 미완으로 남아 있다.

지난 94년에 아시아경제위기를 가장 먼저 예측했던 폴 크루그먼 미MIT대
경제학교수는 최근 다시 아시아경제에 경고사인을 보냈다.

지난주 태국 방콕에서 열린 한 국제회의에서 아시아 금융시스템의 구조조정
이 지연되고 있어 장기적인 성장가능성이 불투명하다고 진단했다.

홍콩 HSBC은행의 수석이코노미스트 치 로는 달러약세와 금융권의 대출축소가
내년에 동시에 나타나면 아시아경제가 매우 위험해진다는 진단을 내리고
있다.

특히 거시경제와 기업의 개혁의지 퇴조로 해외의 자금유입이 중단될수
있다는 점을 최대 위험요소로 꼽고 있다.

이때문에 세계은행과 IMF는 아시아경제에 대해 그 회복세를 높이 평가
하면서도 꼭 반갑지 않은 "꼬리표"를 단다.

경제기반이 취약해 회복세가 언제라도 중단될 수 있다는 회색빛 꼬리표다.

국제원자재가격의 급등, 달러가치 급락, 해외증시불안같은 외부 악재들이
조금만 더 강해지면 아시아경제는 언제라도 흔들릴수 있다는 것이다.

아직도 완전히 회복되지 않고 있는 일본경제도 아시아경제에는 큰 짐이다.

지난 상반기에는 1%안팎의 플러스성장을 기록했으나 3.4분기에는 다시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섰다.

일본정부는 올해 0.6%의 성장은 무난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너무 약한 회복세다.

일본의 지지부진한 경제상황이 내년에도 지속된다면 아시아의 경제성장력이
약해질 가능성이 크다.

< 이정훈 기자 leehoon@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