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는 98년에 이어 99년에도 부서진 시장을 재건하는데 보냈다.

한국경제는 빛의 속도로 변하는 세상에서 문제를 말의 속도로 파악하고 그
대책은 글의 속도로 마련하는 딜레마를 안고 있다.

경제 각 부문에서 2년간의 공백을 메우고 더욱 멀어진 선진국의 꿈을 달성
하는 숙제가 우리 앞에 높여 있다.

구조조정을 가속화하고 정보화 시대에 적응하는 것으로 압축된다.

총선 노사관계악화 가능성 등 예측불허의 장애물이 놓인 내년으로 넘어가는
과제를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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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과 기업구조조정은 큰 가닥을 잡았다.

그러나 미완의 숙제가 많다.

97년 1월 한보사태이후 퇴출압력이 가중됐던 은행들은 아직도 가야할 길이
멀다.

제일 서울은행의 새 경영진 선임은 내년으로 넘어간다.

다른 은행들 사정도 비슷하다.

"2차 구조조정"이란 선문답속에 짝짓기 바람이 다시 불어닥칠 기세다.

60조원이 넘는 자산을 굴리는 삼성 교보생명이 시장의 견제와 감시를
받음으로써 시장이 얻는 이익과 대주주에게 지불하는 대가를 비교하고
절충하는 것이 상장문제의 본질이다.

계약자몫을 둘러싼 업계와 금융당국간 첨예한 대립을 풀어줄 해법을 찾아야
한다.

주인이 없어 망한 은행과 나쁜 주인을 만나 망한 비은행 금융기관을 거울
삼아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하는 새 지배구조를 마련하고 정착시키는
것도 큰 숙제다.

투신구조조정은 골격만 세웠다.

시장과 금융기관이 만나는 투신권 구조조정을 잘 해 내야 금융구조조정은
비로소 연착륙한다.

환매제한이 완전히 풀리는 내년 2월이 고비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퇴출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빅딜(대규모사업교환)로 지샌 지난 2년은
혹독한 체력단련기였다.

많은 기업들이 군살을 빼는데는 성공했으나 이제 "무엇을 하느냐"며 표류
하고 있다.

필요한 근육을 키우고 기술을 닦는 일이 남아 있다.

산불로 잿더미가 된 산야에 새 숲이 들어차듯 시련을 이긴 기업이 더욱
번창하고 정보와 지식으로 무장한 벤처기업이 우후죽순처럼 자라도록 하는
일이 남았다.

시장을 좀먹을 부실한 벤처기업을 코스닥시장에서 솎아낼 능력과 손실책임
을 질 줄 아는 성숙한 투자자를 "양성"하는 것도 급선무다.

단기적으론 대우해외채권단과의 협상을 어떻게 결말짓느냐는 내년 금융시장
의 명암을 좌우할 문제다.

그러나 해외채권단과의 협상은 해를 넘겨 계속될 전망이다.

금융기관이든 기업이든 이제 확실히 홀로서야 한다.

정부도 시장이 먼저 그들을 단련시키도록 참는 법을 배워야한다.

"국제기준(글로벌 스탠더드)을 지키면서도 한국기업고유의 강점을 살린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삼성경제연구소 김은환 수석연구원)

세계를 더 좁히는 일은 올해도 내년에도 우리 앞에 가로놓인 시련이자
과제다.

밀레니엄 원년의 화두는 정보화혁명이다.

1백년전에도 갑오경장같은 개혁은 있었다.

그러나 이 개혁은 실패해 우리는 1백년간 질곡에 빠져 헤맸다.

지난 2년간 추진된 개혁에 방향을 줘 몰아가는 것, 바로 정보화의 대로를
앞서가는 주자가 되지 않으면 안된다.

기업이든 국가든 정보기술(IT)을 통해 개인의 창의성과 지식을 서로 연결해
더 큰 아이디어를 창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기업 금융부문에 비해 공공부문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많은 개혁구상이 내년으로 넘어간다.

대형 공기업의 민영화 계획이 줄줄이 연기되고 있다.

이를두고 일각에선 민간기업에는 채찍질을 해가며 개혁을 주문하는 정부가
스스로 이런 핑계 저런 구실로 늑장을 피우고 있다고 비판한다.

다른 한쪽에선 <>국부의 헐값유출 <>대기업 특혜소지 <>공공요금 인상 등의
부작용을 우려한다.

공무원연금기금 등 4대 공적연금 개혁은 마찬가지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나라빚도 문제다.

나라빛(중앙정부+지방정부, 지급보증 제외)는 97년 65조6천억원에서 올해말
1백11조8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지급보증까지 포함하면 2백조원이 넘는다.

국민 1인당 4백30만원의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새 밀레니엄을 살 후손들에게 부채를 전가하지 않으려면 나라빚을 줄일
중단기적 대책을 내년에 꼭 세워 추진해야 한다.

사회 전체적으로 심화되고 있는 빈부격차 문제가 부피를 더하고 있다.

97년까자 근로자 상위 10%와 하위 10%의 소득격차는 6~7배 수준이었으나
99년들어 10배에 육박하고 있다.

정부가 중산층을 강화하기 위한 처방으로 도입한 "생산적 복지"는 대증요법
으로 끝났다.

노사관계의 틀을 새롭게 잡아 사회안정을 위한 방파제가 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실업률도 더 떨어뜨려야 한다.

실업률은 97년 2.6%에서 99년 4.6%로 높아졌다.

정부부문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국제경영개발원(IMD)은 한국의 정부경쟁력 순위가 지난 95년 18위에서 99년
37위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정책의 효율성과 투명성이 크게 낙후돼 있다는 지적이다.

대외적으로는 구조조정을 가속화해 국가신용등급을 96년 수준으로 돌려
놓는 것도 내년에 달성해야 할 국가과제다.

정부는 무엇보다 새 역할과 기능을 찾아야 한다.

"기술주기가 빛의 속도로 단축되고 경쟁의 영역과 방식에 코페르니쿠스적인
변혁이 일어나고 있는 시대"(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에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을지 모른다.

그러나 제도를 만들어 제대로 작동시키고 인프라를 구축하며 인력양성에
힘써야 한다.

과거로 돌아가서도 안된다.

그것은 위기를 공식 초청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 허귀식 기자 window@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