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자 크기의 물체를 집어서 움직일 수 있는 초정밀 핀셋이 한국인 과학자
에 의해 개발됐다.

미국 버클리 소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 김필립(32) 박사는 이 대학
찰스 리버 교수와 함께 수십 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정도의 물체를
집어 올리고 움직일 수 있는 "나노핀셋"(nanotweezer)을 개발, 미국 과학
전문지 "사이언스"(10일자)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미세한 유리막대를 금(Ag) 전극으로 둘러싼 뒤 이 전극에 지름
50nm, 길이 4미크론(1미크론은 100만분의 1m)인 탄소 나노튜브 2가닥을 붙여
핀셋을 만들었다.

이 핀셋의 금 전극에 전기를 흘려주면 탄소 나노튜브가 서로 붙었다가
떨어지는 움직임이 생겨 분자 크기의 물체를 집을 수 있다.

리버 교수는 "지름이 20nm 정도인 갈륨-비소 화합물을 집는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나노핀셋이 앞으로 생물세포를 조작하거나 나노기계를 만들고
미세수술 등을 하는데 이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울대 물리학과 김정구 교수는 "이 연구는 처음으로 탄소 나노튜브를
처음으로 초미세조작 장치에 활용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차드 미르킨 교수(노스웨스턴대)는 사이언스에 게재한 해설에서 "나노핀셋
은 원자 하나하나를 조사하는 중요한 분석장치로도 활용이 가능하며 세포의
내부를 조작하거나 표면의 생물학적 구조를 변형시키는 것 등 활용범위는
매우 넓다"고 말했다.

김 박사는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현재 UC버클리에서 박사후 연구과정을 이수중이다.

< 김태완 기자 twkim@ 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