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년 스낵시장에는 감자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제과업체들은 감자가루로 모양을 내 만든 스낵을 경쟁적으로 새로 내놓았다.

바람의 진원지는 바로 오리온프리토레이의 "오!감자"다.

이 감자스낵이 기존 감자스낵과 다른 점은 성형스낵이라는 점이다.

기존 감자스낵은 감자를 얇게 썰어 튀긴 포테이토칩이다.

반면 "오!감자"는 감자가루로 속이 텅 빈 사각기둥 모양을 만든 다음 이를
기름에 튀긴 스낵이다.

모양이 특이할 뿐 아니라 깨물 때는 바삭바삭하지만 깨물고 나면 입안에서
쉽게 녹으며 감자 특유의 맛을 잘 낸다.

"오!감자"는 지난 3월 나오자마자 폭발적 인기를 끌었다.

판매일선에서는 너도 나도 "오!감자"를 외쳐댔다.

물량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하나라도 더 달라며 아우성이었다.

춘천에서는 엄마 손을 잡고 슈퍼마켓에 온 한 어린이가 "오!감자"가 없다는
말을 듣고 막무가내로 떼를 쓰는 바람에 주인과 어머니가 혼쭐이 난 적이
있다.

서울 중앙병원에서는 투병중인 아이가 먹고 싶어하는 "오!감자"를 찾아
헤매던 어머니가 오리온 직원에게 거칠게 항의하기도 했다.

급기야 오리온프리토레이는 스포츠신문에 광고를 내고 "오!감자"를 충분히
공급하지 못해 미안하다며 사과하기에 이르렀다.

"오!감자"가 품귀현상을 빚을 만큼 인기가도를 달리자 경쟁 제과업체들도
속속 비슷한 제품을 내놓고 추격에 나섰다.

그러나 오리온은 지금도 "오!감자"를 하루 10만여 봉지씩 판다.

오리온의 마케팅 담당자들은 사실 "오!감자"가 금세기말에 "대박"이
터지리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금년초 시제품을 판매일선에 내려보냈을 때만 해도 "양념이 강하고 짜다"
거나 "포장 디자인이 촌스럽다" "시장성이 없다"는 등 부정적인 반응만
올라왔다.

기껏해야 "맥주 안주로 좋겠다"는 정도의 말을 들을 수 있었다.

그러나 어른들의 판단은 빗나갔고 청소년들은 "오!감자"에 대해 정반대의
반응을 보였다.

< 김광현 기자 khkim@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