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계가 랩 어카운트(Wrap Account)라는 이름의 새로운 금융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는 것은 주목할 만한 변화다.

고객의 성향을 파악해 개인별로 적절한 수익증권이나 뮤추얼 펀드를
관리해주는 것이 서비스의 주된 내용이고 보면 일종의 "간접투자 일임매매"인
셈이다.

무더기로 쏟아지는 다양한 간접투자 상품을 두고 고민하는 개인투자가들에게
는 큰 도움이 될 것이 분명하다.

증권계는 랩어카운트가 활성화될 경우 최근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간접투자 시장의 효율성이나 투명성도 크게 제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당장은 대우증권과 교보투신이 내년초부터 랩어카운트를 판매할 계획이지만
다른 증권사들도 경쟁적으로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게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 랩어카운트는 투자대상이 수익증권에 한정돼 있고 주식및 채권
투자가 제외되는등 선택폭이 좁아 대중적인 관심을 끌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일부 증권 관계자들은 바로 그런 이유에서라도 수익증권을 편입하는
랩어카운트보다는 "일정수준까지 주식을 편입하는" 랩어카운트를 개발하는
것이 보다 시급한 과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증권사 객장에서 만날 수 있는 보통의 투자자들은 간접투자상품을
선택하자니 수익률이 낮을 것 같아 아쉽고 직접 주식투자에 나서기에는
정보와 분석력에서 뒤쳐져 애를 태우는 매우 어정쩡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처럼 어중간한 입장을 취하다보니 장세흐름에 편승하는 뇌동매매 끝에
투자손실을 극대화하는 우를 범하게 마련이다.

증권거래법은 이같은 투자자를 위해 투자 자문업과 일임매매를 모두
허용하고 있지만 자문업은 거액 투자자가 아니고는 이용하기 어렵고
일임매매도 절차와 조건이 매우 복잡해 일반 소액투자자가 이용하기에는
역시 부적절한 게 사실이다.

일임매매는 매매내역을 감독당국에 일일이 보고해야 하고 매매종목수를
5개 종목으로 한정하는등 제한이 많고 따라서 실적도 전무하다.

증권회사들이 랩어카운트라는 새상품을 개발하면서 굳이 "수익증권
포트폴리오"로 투자대상을 제한한 것도 주식투자와 관련해서는 다양한
제한이 따랐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증권사 창구마다 지금도 일임매매를 둘러싸고 투자자와
고객들간에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어 이의 양성화도 시급한 과제다.

증권사와 당국은 기왕에 랩어카운트라는 새상품이 도입되는 만큼 여기에
주식도 편입될 수 있도록 일임매매 관련 규정을 보완하는등 다각적인 대책을
세워가야 할 것이다.

편입상품에서 굳이 주식을 배제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