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60고비를 넘긴 세대들은 거의 무임승차를 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전쟁을 치르고 난 50년대 말에는 정말 모두 가난했다.

기차통학을 했던 중.고등학생, 시골에서 읍내나 시로 학교를 다녔던 그 때는
운임이나 차비를 아끼기 위해, 또는 그것마저 어려운 형편이어서 순진하게,
그리고 정직하게(?) 공짜 기차를 타거나 버스에 매달렸던 아련한 추억들을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차장에게 들켜 혼쭐나거나 한 두대 얻어맞는 수준에서 처벌은 이루어졌던
것이다.

IMF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제 국민의 정부는 내년까지는 개인별 국민소득
1만달러를 달성하겠다는 포부를 피력하고 있다.

물질이 풍요해지면서 여러 부작용도 일어나고 있지만 그래도 마음의 여유는
조금 생겼고 끼니를 잇지 못하는 북녘동포를 걱정하는 입장이 되어서
다행스럽다.

그러나 무임승차를 하려는 무리들이 여전히 눈에 띄고 활개를 치는 모양을
간간이 목격하면서 인간은 그럴 수밖에 없는가 하고 안타까운 때가 적지
않다.

철도청에 의하면 최근 2~3년의 통계를 볼 때 연간 10억원이 넘는 무임승차
얌체들이 있다고 한다.

서울 지하철의 경우 97년 한해의 무임승차액이 3백억원에 가까웠다 한다.

철도는 발각될 때 3배의 요금을, 지하철은 3백배 이내의 요금을 추징할 수
있다.

가령 서울에서 경기도 여주까지의 버스요금이 3천~4천원이라면 철도의 경우
1만원까지 추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모든 분야에 아직은 이런 무임승차를 하려는 얌체들이 있다.

어떤 정치인은 평양행만 아니라면(공산당을 지칭하는 듯) 부산행을 타든
목포행을 타든 들키지 않는다면 공짜 여행을 하는 것이 무슨 큰 죄인가라고
반문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60에 능참봉을 겨우 했는데 그 벼슬을 내놓기가 아깝다는 심경인가 보다.

문제는 이런 공짜를 즐기는 습성에 있다.

이 근성때문에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각종 비리와 부정이 넘친다.

이 근성을 뿌리뽑았으면 싶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