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기업인수합병(M&A)요인을 제외했을 때의 순이익을 새로운 투자지표
로 제시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이 방식을 사용하면 기업 순이익이 종전보다 늘어나는 효과가 있는데
블룸버그통신은 이를 "현금이익"(cash earnings)이라고 정의했다.

기업들은 지금까지 "순이익"(net income)을 가장 중요한 경영지표로 제시해
왔으나 최근 M&A가 붐을 이루면서 현금이익을 더욱 중시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투자자들 역시 핵심적인 투자지표를 순이익에서 현금이익으로 바꾸는
추세다.

지난 3.4분기(7-9월)결산에서 현금이익 방식을 도입한 기업들은 모두 60여개
에 달했다.

앞서 2.4분기때는 17개사에 불과했다.

인텔 야후 아마존 시스코시스템스 라이코스등이 이 방식을 쓰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들이다.

시장조사회사인 퍼스트콜은 현행 4.4분기 실적이 발표되는 내년초에는
1백개 이상의 기업들이 현금이익 방식을 사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밖에서도 이 방식을 쓰는 기업이 있다.

영국 최대통신업체인 브리티시텔레콤은 최근 경영실적보고서를 내면서
현금이익 항목을 추가했다.

현금이익은 M&A 때 들어가는 부대경비를 빼고 산출한 이익이다.

M&A부대경비는 "영업권"(goodwill) 인수비용과 기타비용으로 구성된다.

어떤 기업이 회사를 인수했을때 피인수업체의 자산은 회계장부에 반영된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영업권 인수액 등은 회계상으로 "비용"으로
처리된다.

기업들은 이 부대경비를 회계장부상에서 손실로 털어내도록 돼 있다.

기업들이 현금이익 개념을 도입한 것은 이익규모를 늘리기 위한 것이다.

실제 손실을 본 것도 아닌데 M&A 때문에 이익이 줄어드는 현상을 방지하자는
차원이다.

이 방식은 M&A활동이 활발한 인터넷및 정보통신회사등 첨단기업들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인텔의 경우 지난 1.4분기에 레벨원커뮤니케이션을 23억달러에 인수한데
이어 3.4분기에도 다른 기업을 7억8천만달러에 사들였다.

전통적인 회계방식으로는 3.4분기 회사순익이 전분기보다 6.5% 줄어든
15억달러(주당 순익은 42센트)이나 새 방식에서는 21% 늘어난 19억달러(주당
순이익 55센트)가 된다.

현금이익방식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비교적 긍정적이다.

회계사들은 이 방식이 회사의 경영실적을 좀더 정확히 반영할수 있다고
말한다.

특히 요즘처럼 M&A가 활발한 때에는 더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정책당국도 비교적 우호적이다.

미 금융회계기준위원회(FASB)는 현금이익이 기업의 새로운 순익기준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이정훈 기자leehoon@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