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 붐 조성의 일등공신으로 평가받는 벤처정책을 수술해야 한다는
논의가 제기되고 있다.

비효율적인 정책 틀을 깨지 않고선 벤처산업이 제대로 발전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한국의 벤처기업중 기술력 있고 사업자체도 성장성 있는 하이테크형
벤처는 34%에 불과하다"

"수출이나 해외진출을 전혀 하지 않는 우물안 벤처기업이 45.5%에 이른다"

최근 중소기업청이 전체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벌인 실태조사 결과다.

미국의 나스닥에서 올린 성적표도 부끄러운 수준이다.

나스닥의 5천1백26개 상장사(7월말 기준)중 외국기업은 8.6%인 4백40개.

이 가운데 한국업체는 11월에 갓 진입한 두루넷과 미래산업 2개사가 전부다.

코스닥에서는 "벤처가 꽃피고 있다"고 하지만 이면에는 주가관리로 막대한
자본이득을 챙기려는 사이비 벤처와 "묻지마" 투자자의 결합이 엄존하는게
현실이다.

<> 벤처확인 제도가 문제 =정부가 세계에서 유일하게 도입한 벤처확인
제도가 오히려 부작용을 낳고 있다.

"벤처기업이 시장에서 스스로 커가기 힘든 한국적인 상황에서는 벤처확인
제도는 효과적인 대안이었다"(중기청 관계자)는게 정부의 입장이다.

집중적으로 지원사격을 해줄 벤처를 가려내기 위해 불가피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공무원이 실시하는 벤처확인 과정은 심사기준에만 의존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형식적으로 지정하는 탓에 일부 벤처캐피털과 기업이 투자증명서를 조작해
벤처확인을 받는 사례까지 있다.

사이비 벤처가 난립하기 시작한 것이다.

세금으로 조성한 정책자금이 엉뚱하게 이들에게 흘러가는 사례도 감사원
감사를 통해 확인됐다.

벤처기업 확인제도는 지난해 도입된 직후 지정요건을 완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으나 사이비벤처의 난립으로 다시 엄격해지는 등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최근의 지정요건 강화 조치 역시 벤처캐피털 투자기업과 특허권 보유
기업 등 일부 요건에 대해서만 손을 대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확인제도는 벤처의 생명인 도전정신을 키우기는 커녕 벤처기업을 벤처시책
에 안주하는 타성에 젖게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벤처확인 제도가 나름대로 의의는 있으므로 심사를 제대로 하는
것이 과제라고 입을 모은다.

외부 심사인력을 활용해 엄격히 걸러내 육성하는게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업력 제한을 둬 창업한지 3~5년 이내의 기업에만 벤처지원을 해주고 졸업제
의 개념을 도입해 일정시기가 지난 벤처기업은 정책시혜 대상에서 빼는 것도
방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 유행을 쫓는 벤처정책 =중기청은 물론 과기부 산자부 정통부 지자체
등이 벤처정책을 쏟아내고 있어 대대적인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소프트웨어지원센터 창업지원센터 창업보육센터 신기술보육센터
테크노파크 벤처집적시설 등 창업 및 입지부문에 중복이 많다.

창업교육이나 벤처박람회 등 일과성 이벤트가 줄을 잇는 것도 자원낭비라는
지적이다.

행사 주최보다는 기술이 벤처창업으로 이어질 수 있는 시스템 구축에
힘써야 한다는 것이다.

주무부처인 중기청이 "청"이라는 한계 역시 부처별 조정기능이 취약한
이유다.

벤처기업정책협의회(위원장 중기청장)와 벤처기업활성화위원회(위원장
산자부장관)를 통합, 실질적인 범정부 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벤처정책이 창업에만 집중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올해 사상 최대치인 3만개 창업이 예상되는 등 창업붐이 일면서 인력부족이
심각한 상황에 이르고 있다.

교육부 과기부 노동부 중기청 등이 머리를 맞대고 고급인력 수급 계획을
짜야 할 때라는 지적이다.

창업후 요구되는 경영자 교육과 회계 법률 서비스 등 이른바 경영서비스
부문의 아웃소싱 시장의 확충도 필요하다.

현실적인 정책 수립을 위해 실태파악을 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 것도
과제다.

최근에 중기청이 실시한 실태조사는 심층적이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통계청은 물론 한국은행의 기업경영분석 등에 벤처항목을 추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벤처기업백서도 발간해야 할 것으로 요구되고 있다.

< 오광진 기자 kjoh@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