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 선거법 협상에서 "복합선거구제"가 새로운 변수로 등장했다.

도시에 한해 선거구당 2~4명을 선출하는 중선거구제를 도입하고 농촌의
경우 현행 소선거구를 유지하는 복합 선거구제를 8일 여권이 제기함에 따라
향후 여야 협상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여권 내에서는 특히 다음주중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복합선거구
제에 대한 무기명 비밀투표를 통해 선거법 개정안을 확정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자민련 김현욱 사무총장은 이날 당무회의에서 "국민회의 한화갑 총장에게
복합선거구제를 절충안으로 제시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보고했다.

국민회의 박상천 총무도 "중선거구제를 강하게 고집했던 박태준 총재가
최후의 보루로 복합선거구제를 생각하고 있다는 정보를 자민련 의원들에게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새천년을 시작하면서 정치권이 선거구제 문제를 놓고 논란을
벌여서는 안되기 때문에 복합선거구제를 절충안으로 내서 무기명 비밀투표를
해야 한다는 의원들도 있었다"고 전했다.

여권에서 이런 주장이 제기된 것은 무엇보다 복합선거구가 국회의원 다수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데다 선거법 협상이 지연될 경우 "비상대책"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또 한나라당이 정형근 의원 수사 문제와 정치개혁,예산안 등을 연계해
선거법 협상을 일부러 지연시키고 있다고 보는 여권이 협상을 촉진시키기
위한 야당 압박용으로 복합선거구를 제기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국민회의 입장에서 자민련이 끝내 소선거구제를 수용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중간단계"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란 시각도 있다.

현실적으로 여야를 막론하고 복합선거구제는 농촌 및 도시지역 출신
의원들의 광범위한 지지를 이끌어 낼 수 있기 때문에 무기명 비밀투표가
이뤄지면 다른 어떤 대안보다 통과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란 관측이 강하다.

정기국회 회기내에 선거법을 처리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는 여권이
복합선거구제를 유력한 대안으로 모색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복합선거구제가 관철되기 까지는 많은 난관이 놓여있다.

우선 한나라당 지도부가 이를 완강히 반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나라당 이부영 총무는 "여권은 소선구제인지 중선거구제인지 내부적으로
결정을 내리지 못하면서도 복합선거구를 들고 나오는 등 "국.자 맨더링"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국민을 무시하고 헌법을 무시하는 것이라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복합선거구제가 개혁과는 거리가 먼 정치권의 "담합"이라는 부정적인
여론도 큰 부담이다.

한편 여야는 이날 총무회담을 갖고 선거구제 절충을 시도했으나 합의에
실패했다.

박상천 총무는 회담 뒤 "농촌지역에 중선거구제를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야당에 제안했다"고 말해 농촌지역은 현행 소선거구제가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날 회담에서 야당은 선거구 상.하한선을 먼저 결정하자고 주장했지만
여당은 선거구제 문제를 우선 해결하자고 제안했다.

< 정태웅.김남국 기자 redael@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