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시장 안정기금(채안기금)은 대우사태에 따른 수익증권 대량환매에
대비하고 금리안정을 유도하기 위해 지난 9월21일 설립됐다.

30조원 규모로 증액된 채안기금이 대우사태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을
잠재우는데 기여했다는데 이의를 달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러나 대우사태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이 완전히 가시지 않고 있는 현상황
에서 기금의 시장개입 필요성이 여전하다는 주장과 함께 시장개입에 따른
인위적인 금리아정의 부작용과 부실화로 인한 제2증안기금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채안기금의 운영성과와 향후 운영방향에 대한 토론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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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시장 안정기금(채안기금)이 조성된 배경은 무엇인가.

<>백경호 채권안정기금 운용부장 =지난 7월 대우사태 발생후 금융시장이
극도로 불안했다.

대규모 환매사태로 투신사의 유동성 위기가 우려됐다.

채권시장의 주요 수요자인 투신권의 채권수요가 사라져 사자세력이 실종돼
채권시장이 마비될 수 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투신사의 유동성 지원과 금리안정을 위해 지난 9월21일
20조원 규모로 설립하게 됐다.

<>함정식 다임인베스트먼트 채권팀장 =채권매도 세력은 엄청 났으나 사자
세력이 없는 당시 상황에서는 금리안정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그러나 금리를 안정시켜 투신사 구조조정 비용을 줄이려는 의도도 있었다고
본다.

-기금출연자는 어떻게 구성돼 있나.

기금액을 강제배분하는 과정에서 일부 금융기관이 반발하는 등 관치금융에
대한 비판도 있는데.

<>백 부장 =18개 은행 22개 보험사가 참여하고 있다.

기금출연은 은행권이 90%, 보험권이 10% 정도다.

은행권과 보험권이 출연자로 선정된 것은 투신권 이탈자금이 이들 금융기관
으로 유입될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출연금액 배분과정에서 일부 반대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유가증권을 100조원이나 보유하고 있던 은행들이 반대만할 입장에
있지는 않았다.

보험권은 금액이 적어 큰 문제가 없었다.

<>함 팀장 =채안기금은 정부정책에 따라 강제조성된 것이므로 관치금융
성격이 분명히 있다.

기금운영 권한은 출연자에게 주지않고 부실화할 경우 책임만 묻겠다고 하니
출연자가 반대하는 것은 당연하다.

투신권 이탈자금이 은행권으로 유입됐다고 하나 대부분 단기수신 증가로
나타났다.

채안기금이 장기화될 경우 만기불일치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백 부장 =기금출연자로 운영위원회를 구성하여 투자대상 운영방식 등 주요
사항을 결정하고 있다.

또 기금출연 기관에서 직원을 파견받아 이들이 기금을 운영하고 있다.

따라서 기금출연자의 의견반영 장치는 충분히 마련돼 있다.

다만 채안기금의 설립목적에는 금리안정이라는 목적이 있으므로 이를 출연자
이익과 어떻게 조화할 것이냐의 문제는 있을 수 있다.

-그동안의 채안기금의 운용성과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백 부장 =무엇보다도 한국경제신문이 처음으로 제기한 11월 금융대란설을
설로 그치게 만드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고 본다.

아울러 기금설립전 10.82%까지 치솟았던 채권금리가 8.85%로 하락했다가
지금은 9%대 후반에서 안정적으로 움직이도록 하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기금운용 수익면에서도 현재까지는 괜찮은 편이다.

현재까지 18조3천억원의 채권을 매입했다.

이 기간중 매매이익 650억원 이자보유 600억원 등 1250억원의 수익을 올려
기간수익률은 9% 정도다.

<>함 팀장 =채권시장에서 수요자로서 역할을 해 금리안정에 기여한 것은
사실이다.

기금운용 수익면에서는 채권금리 9%대 후반에서 시가평가를 할 경우 적자일
것이다.

기금운영 성과는 아직 평가하기에 이르다.

-현재의 채권시장 상황이 채안기금으로 겨우 연명하고 있을 정도로 자생력이
취약한 상태인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

<>백 부장 =채권시장이 투신 중심으로 성장해 왔으나 투신의 경쟁력이
상실되면서 공황상태가 발생한 것이다.

채권시장이 낙후된 것은 장기채에 대한 수요기반이 취약한데 근본원인이
있는데 유통시장의 발전없이는 수요기반 확충이 불가능하다.

브로커인 증권회사에 의해 호가가 전화로 전달되는 원시적인 상태에서는
가격결정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

<>함 팀장 =유통시장의 발전은 채권시가평가제와 맞물려 있다.

장부가로 가격결정이 이루어지는 상황에서는 유통시장이 발달할 수 없다.

가격결정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진다면 가격 등락을 예상한 거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게 된다.

-채안기금으로 정부가 금리를 인위적으로 안정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많은데
부작용은 없나.

<>함 팀장 =인위적인 안정인지에 대해서는 정부와 시장참여자간 시각차가
존재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에서는 마찰요인에 의한 금리상승 요인을 제외하고는 금리가 더오를
이유가 없다고 보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시장에서의 시각은 그렇지 않다.

내년 경기과열 및 물가불안 우려로 금리상승 기대감이 존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채안기금을 통한 인위적인 금리안정을 고집할 경우 채안기금
이외에는 채권을 매입할 사람이 없게 된다.

이렇게 되면 앞으로 채안기금을 얼마나 더 증액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백 부장 =채안기금 설립 초기에는 시장에 강력히 개입했던 것이 사실이다.

금리불안 해소를 위해 불가피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인위적인 인하를 유도하고 있지 않다.

최근에는 금리가 두자리수까지 상승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시각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채안기금이 부실화돼 제2의 증안기금이 되지 않을까는 우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백 부장 =채안기금과 증안기금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증안기금은 가격변동폭이 큰 주식을 대상으로하나 채안기금은 만기가 있는
채권이 대상이다.

부도가 나지 않는 한 손실을 볼 여지가 없다.

또한 과거 같은 고금리 시대가 다시오지 않는 한 거액의 평가손을 입을
가능성도 없다.

<>함 팀장 =부실화 가능성이 증안기금보다 낮다는데는 동의한다.

그러나 증안기금이 증권선물 시장의 발달을 저해했듯이 채안기금이 채권선물
시장의 발전을 가로 막는 부작용은 있을 것이다.

-11월 금융대란설이 설로 그친 상황에서 최근 10조원을 증액시켰는데.

<>백 부장 =20조원으로 11월대란설을 잠재웠으나 환매가 상당부분 내년
2월로 이월된 상태다.

투신사 유동성위기가 끝났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

설립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증액이 불가피했다.

<>함 팀장 =현상황하에서 기금증액은 불가피했다.

금리상승 기대감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어 사자세력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채안기금의 매수여력이 없다는 것을 시장이 알고 있는 상황에서 기금증액이
없을 경우 채권시장은 다시 마비될 수 밖에 없다.

-채안기금을 언제까지 존속시킬 필요가 있다고 보나.

<>백 부장 =내년 2월까지는 존속이 불가피하다.

그 이후 점진적으로 해체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일시에 해체할 경우 시장에 큰 충격을 줄 수 밖에 없다.

2월이후에는 매도와 매수를 병행해 시장분위기를 전환해 기금이 해체되더라
도 시장충격이 없도록 해야 한다.

<>함 팀장 =기금이 매도를 병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해체시 채권을 팔아 현금으로 출연자에게 돌려줄 필요가 없다.

채권형태로 출연자에게 돌려주는 것이 시장충격을 줄이는 길이다.

내년 2월 이전에라도 기금운용 방식을 투신권 환매분만 매입해 주는 방식
으로 전환해 다른 채권은 실세금리대로 거래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시장의
자생력 회복을 위해 검토해야 한다.

<>백 부장 =투신 환매분만 매입해주면 2중가격이 형성돼 많은 부작용이
초래될 수 있다.

채권으로 돌려줄지 현금으로 돌려줄지는 앞으로 검토해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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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