깎아 주면서
아이들 철없는 인사나 받아 가면서
한세상 억울한 생각도 없이
살다 갈 수만 있다면
시골 아이들 손톱이나 깎아 주면서
때묻고 흙 묻은 발이나
씻어 주면서 그렇게
살다 갈 수만 있다면.
나태주(1945~) 시집 "추억의 묶음"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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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학교는 초등학교의 옛이름.
아무리 소명의식에서라고 하지만 누구도 관심을 가져 주지 않는 외진
시골에서 아이들과 뒹굴며 사는 삶에 어찌 회한이 없을 수 있겠는가.
교권이 땅에 떨어진 요즈음 이 시를 읽는 감회는 새삼스럽다.
시골 학교 교사로서의 사명감이나 보람 따위를 나열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시는 더 생생하고 활기에 차 있다.
하지만 "살다 갈 수만 있다면"의 마지막 구절이 아니었다면 감동은 반감
되었을 것이다.
신경림 시인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