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비율 2백%라는 목표에 너무 집착해서는 안된다. 부채비율에 대한
최종적 판단은 시장에 맡겨야 한다"

IMF 2년 국제포럼에 참석차 내한한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전 일본 대장성
재무관은 기자들과 만나 한국의 경제정책에 대해 이렇게 충고했다.

그는 또 IMF의 정책에 대해서도 획일적 가치기준을 강요하는 것은 잘못
이라고 비판했다.

-그동안 지속적으로 IMF 정책에 비판적인 시각을 유지해온 것으로 아는데.

"과거에도 그래 왔고 현재도 IMF 정책에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하고 있다.

IMF의 가장 큰 맹점은 서구식 정책방향을 전통과 가치기준이 상이한 모든
국가들에 일률적으로 적용하려 한다는 점이다.

해당국가의 특수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점은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IMF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나.

"IMF 정책이 모든 국가들의 공감을 얻으려면 우선 IMF가 지역화
(로컬라이제이션)돼야 한다.

세계은행의 경우 부총재들이 해당국가에 파견돼 있어 그 지역실정에 맞는
정책을 펼칠 수 있는 조를 갖추고 있다.

IMF가 너무 규정에 얽매이는 점도 개선해야 할 사항이다.

너무 경직적인 IMF 정책은 현실상황에 걸맞게 실용주의적으로, 그리고
유연성을 갖는 방향으로 변화해야 한다.

이와함께 아시아국가들도 IMF의 정책결정과정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
함으로써 입지를 넓히는 노력이 필요하다"

-IMF총재 출마설이 돌고 있는데 언제쯤 공식화할 것인가.

"그 문제는 전적으로 일본정부 결정에 달려 있다.

자연인으로 돌아간 내가 할 수 있는 얘기가 아니다"

-최근의 엔화 급등세를 어떻게 보고 있나.

"엔화가치가 너무 급격하게 상승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

과도한 엔화가치의 상승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엔화가치가 계속 치솟을 경우 일본정부도 이를 막기위해 결정적인 정책을
취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현재의 엔화가치는 너무 높게 평가돼 있다는 생각이다"

-일본경기가 바닥권을 탈출했다고 봐도 좋은가.

"일본경제는 이미 지난해말에 바닥을 친 상태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최소 1%에서 낙관적으로 본다면 2% 달성도 가능하다.

일본경기는 회복세를 지속하면서 벤처기업과 정보통신과련 사업의 성장으로
내년과 내후년에는 더 큰 폭의 성장세를 나타낼 것이다.

일반적으로 경기가 바닥을 친 뒤 상승세로 전환할 때는 기대했던 것보다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이기 마련이다.

한국이 올해 9%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견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한국의 경제정책에 대해 충고할 내용이 있다면.

"기업의 부채비율 2백%라는 숫자에 집착해선 안된다.

구조개혁은 외국의 기업 및 산업과의 경쟁을 제고시키는 작업이다.

만약 경쟁관련 장벽이 제거되고 부채비율 2백%의 기업이 효과적으로 경쟁할
수 있다면 2백%라는 숫자는 의미가 없다.

더구나 부채비율에 대한 최종판단은 시장에 맡겨야지 한국정부 또는 IMF에
의해 설정된 숫자에 맡겨서는 안된다"

< 김병일 기자 kbi@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