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시장경제의 원활한 가동을 위해 경쟁강화와 투명성제고가 이뤄져야
하며 정부의 경제개입이 파기돼야 한다"(이그나지오 비스코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경제총국장)

"한국은 직업창출 정책뿐 아니라 근로소득을 증대시키는 정책에 보다 관심을
가져야 한다"(게리 필즈 미 코넬대 교수)

3일 열린 "IMF 2년, 한국의 경제위기와 구조개혁 평가를 위한 국제포럼"
에서 주제발표자들은 향후 정책방향에 대해 이같이 권고했다.

다음은 주제발표 주요 내용.

<> 경제위기 이후 한국의 구조개혁 (이그나지오 비스코 OECD 경제총국장) =

한국 경제의 남은 과제는 비은행 금융기관, 특수은행 및 개발기관의 역할
재평가와 감독제도의 강화, 금융기관 지배구조의 개혁 등이다.

아울러 정부의 은행소유 지분을 민영화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기업구조조정에 대한 정부의 과도한 개입이 과거패턴으로 회귀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구조조정은 시한설정을 통한 추진보다 시장에서 스스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회생불가능한 기업에 공적자금을 투입하지 말고 도산을 허용, 자발적
구조조정이 확산될 수 있게 해야 한다.

정리해고를 완화하기 위한 정부의 비공식적 압력은 구조조정 과정을 연장
하고 성장으로의 복귀를 지연시킬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양적인 규제철폐보다는 질적 측면의 규제철폐가 중요하다.

경기침체가 끝나고 강한 경기회복이 진행되고 있더라도 개혁을 활기차게
추진해야 경기회복이 지속되고 성장잠재력이 제고된다.

새 시장경제 체제를 작동시키기 위해서는 경쟁강화와 투명성이 더욱 개선
되고 정부의 경제개입 유산이 확실하게 파기돼야 한다.

<> 한국의 구조조정과 개혁 (휴버트 나이스 IMF 아태담당국장) =

IMF와 세계은행, 아시아개발은행은 한국의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금융시장
안정과 실물경제의 회복을 최우선으로 삼았다.

일부에서는 고금리 정책과 즉각적인 구조개혁 추진에 대해 비판했으나
비상사태에서 고통없이 신뢰를 회복하고 외환시장을 안정시키는 것은 불가능
하다.

이 해법으로 한국경제는 98년 중반부터 안정됐고 98년 하반기부터는 경제
회복이 시작됐으며 예상보다 강한 모습을 보여 주었다.

즉각적인 구조개혁도 구조적 취약성이 경제위기의 핵심이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올바른 접근방식이었다고 평가된다.

한국경제가 안정되고 회복경로에 올려 놓는데 아주 짧은 시간에 엄청난
진보가 있었다.

이런 노력에서 구조개혁은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앞으로는 한국이 선진공업국 그룹 안에서 예정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도록
그동안 이뤄온 것을 보강하고 기업과 금융부문의 활력있는 개혁을 계속해야
한다.

<> 한국의 고용문제 (게리 필즈 미 코넬대 교수) =

한국 노동시장이 직면한 문제는 실업문제라기보다는 고용문제로 인식돼야
한다.

즉 실업에 처한 소수보다는 근로소득이 급감한 다수 근로자, 빈곤선 이하로
떨어진 고용자 문제에 관심을 보여야 한다.

따라서 직업을 창출하는 정책에 더해 근로소득을 증가시키는 정책이 중요
하다.

고용의 문제는 총수요 감소의 관점에서 다뤄져야 하며 우선 거시경제적
성장, 경쟁력 확보, 시장질서의 정착, 공공사업, 고용보조금 등의 정책이
필요하다.

차선으로는 직업교육 및 재교육, 지역간 근로자 이동에 대한 수당지급,
탄력적 근로시간 조정, 구직.구인 정보체계의 효율화 등도 고려돼야 한다.

노사관계 여건개선과 노동시장의 적절한 유연성 확립 등도 고용촉진에
도움이될 것이다.

단기적으로 실업자를 위해 사회안전망을 확충하거나 재구성하는 방안도
고려돼야 한다.

고용보험제도, 생활보호제도, 공공근로사업 등이 이 범주에 포함된다.

고용문제의 장기적 대처방안은 완전고용의 달성과 경제전반에 걸친 소득
증대를 추구하는 것이다.

<> 위기극복 이후의 과제 (카크 와니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 교수) =

한국의 경제위기는 남녀 모두에게 나쁜 영향을 미쳤는데 남성실업률이 97년
2.9%에서 98년 7.6%로 급증했으며 여성은 97년 2.4%에서 98년 5.6%로 증가
했다.

98년 1백46만명의 실업자 가운데 1백19만명이 단기, 15만명이 장기실업자로
한국 실업문제는 단기적 성격을 띠고 있음을 보여준다.

금융위기의 결과 신규 진입자의 실업은 현저하게 감소했는데 이는 기업들이
비효율적인 노동력을 노동시장의 신규 진입자로 대체했기 때문이다.

한국은 질병에 따른 결근이 90~97년 사이에 연 3.8%의 증가세를 보였는데
이는 근로자의 복지에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경제위기로 15~19세의 실업률이 97년 10.8%에서 98년 20.7%로 급증했다,

정부는 높은 청년실업률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정규직 근로자도 경제위기로 인해 18.21%가 감소, 98년 6백44만명으로
줄었다.

< 김병일 기자 kbi@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