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직기간중 평균급여로 바꾸는 것등을 골자로 하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공무원연금제도개선안은 현실적으로 불가피한 선택이 아닌가 싶다.
공무원들 입장에서 보면 불만이 없을 수 없겠지만, 현행제도를 그대로
유지할 경우 2001년이면 공무원연금기금이 소진될 것이기 때문에 달리
방법이 없다.
작년에 1조4천억원이 줄어든 기금 잔액은 올해도 비슷한 규모로 감소해
연말에는 97년말 잔액의 절반수준인 3조원대로 축소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공무원연금기금이 이처럼 파산에 직면하게 된 것은 정부구조조정으로
퇴직자가 급증한 때문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적게 걷고 많이 지급하는
구조적인 모순이 원인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
현재의 연금급여수준을 유지하려면 공무원봉급의 15%(본인 7.5% 정부 7.5%)
인 연금보험료를 35%로 올려야 한다는게 KDI 계산이다.
바로 그런 점을 감안할때 어떤 형태로든 공무원연금제도는 보험료수입과
지급이 균형을 이루도록 재정비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연금 지급개시 연령을 우선 52세로 하되 이를 2년마다 1세씩 올려 96년
이후 신규임용자에게만 적용하는 60세 이후로 일치시키고 월지급액도 재직
기간중 평균 급여기준으로 낮추자는 KDI안은 현행제도의 구조적인 모순을
해결하려는 것이라는 점에서 설득력이 있다.
연금제도를 바꾸더라도 가능한한 기득권은 존중하는 것이 옳다.
공무원연금제도개선이 결국 군인연금과 교원연금으로까지 확대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연금제도가 바뀔 경우 그 내용에 따라서는 장기근속자의 대대적인 퇴직
움직임을 부를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20년 이상 장기근속해 연금대상이 되는 사람중 교원의 경우는 3분의 2가
연금이 아닌 일시금을 선택하고 있다.
이같은 퇴직일시금 선호비중은 연금제도개편이 대량퇴직을 부를 수 있는
개연성을 점치게 하는 것이기도 하다.
법개정후 신규퇴직하는 경우에는 민간기업에 취업하더라도 연금을 다 받을
수 없도록 하려는 대목은 같은 맥락에서 생각해볼 점이 있다.
직장을 가진 사람이 공무원 연금도 받는다는 것은 국민연금과의 형평상
문제가 있을 지 모르나, 현행대로 공공기관에 재취업하는 경우에만 연금을
줄여 지급하는 것이 충격을 줄이는 길이다.
정부는 연금제도개선에 앞서 연금고갈이 방만한 재정편의적 기금운용에도
원인이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연금운용수익률이 정기예금 금리에도 못미치는 현실은 마땅히 시정해야
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