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은 갈 곳 없는 사람들의 종착역이기도 하다.

신문지 한장 덮고 잠을 청하는 노숙자, 껌팔이, 작부...

여행객들의 설레임이 오가는 뒤켠에는 삶의 무게에 지친 이들이 피곤한
심신을 이끌고 꾸역꾸역 모여든다.

MBC 창사특집극 "아름다운 서울"(3일 오후 9시 55분)은 서울역 부근에
모여든 밑바닥 인생들을 따스한 시선으로 품어 안는다.

드라마는 가진 것 없고 배운 것 없는 일용직 잡부 상철(차인표)과 깡패를
기둥서방으로 둔 술집 작부 혜원(박주미)의 만남과 사랑을 큰 줄기로 하고
있다.

건물 공사장에서 잡역부로 일하던 상철은 건축주의 부도로 밀린 임금을 받지
못하고 이리 저리 떠도는 신세다.

어느날 동거하던 깡패의 폭력을 못이겨 도망치던 술집 종업원 혜원을 만나게
되고 둘사이엔 가슴저미는 사랑이 싹튼다.

여기에 서울역 생활 50년이라는 노숙자 강회장(최불암), 껌을 팔며 생활하는
짤랑할멈(정혜선), 알콜중독자 인수(윤용현) 등의 눈물겨운 삶의 모습도
담긴다.

극본을 쓴 김운경 작가는 "한지붕 세가족" "서울의 달" "옥이이모" 등에서
서민들의 애환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내 주목받아왔다.

"아름다운 서울"에서도 장면 하나,대사 하나에 가슴찡한 애틋함이
묻어난다.

창사특집극인만큼 출연진 모두를 MBC 특.공채 출신 탤런트들로 캐스팅한
점도 눈에 띈다.

김승수 CP(책임연출자)는 "새천년을 맞이하는 시점에서 사회의 관심에서
벗어나 있는 이웃들의 고단한 삶속에서 피어난 작지만 진실한 사랑과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 김혜수 기자 dearsoo@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