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소비자들이 아파트를 선택하는 중요한 잣대중의 하나는 건설회사
지명도(브랜드)다.

부동산전문 잡지인 부동산뱅크가 지난달 수도권 거주자를 대상으로 한
신규 아파트 구입에 관한 설문조사에선 브랜드(26.1%)가 교통의 편리성
(47.7%)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주변 편익시설(12.6%)이나 분양가(4.5%)보다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IMF관리체제이후 중소업체들이 잇따라 쓰러지자 소비자들이 안정성이 높은
대형업체 아파트쪽으로 기울었음을 나타내주는 단적인 예다.

하지만 요즘 아파트 분양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움직임을 주의깊게
살펴보면 이같은 기준에 변화의 조짐이 엿보인다.

이는 다름 아닌 고유브랜드를 들고 나오는 중소건설업체들의 돌풍이다.

올해초까지만 해도 울며 겨자먹기로 로열티를 지급하며 대형업체들에 사업을
맡겼던 중소업체들이 독자브랜드로 소비자들의 심판을 받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중에는 분양을 조기마감해 작지만 소중한 결실을 거두고 있는 업체들이
적지 않다.

지난 10일 청약을 받은 경기도 의왕내손지구 반도보라빌리지(1천2백87가구)
는 평균 8.5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용인시 기흥 신갈리 세종그랑시아도 평균 10대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지난 상반기 용인에서 동일하이빌이란 브랜드로 1천여가구의 대규모 물량을
성공적으로 분양한 동일토건의 경우 연말께 선보일 2차분을 기다리는
대기수요자가 상당수에 달한다는게 현지 부동산업소들의 귀띔이다.

이들의 성공에 자극받아 독자브랜드로 아파트를 공급하려는 중소업체들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중소업체가 분양에 다시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IMF 그늘을 벗어난 점도 무시할 수 없지만 무엇보다 품질향상 노력이 컸던
것으로 판단된다.

입지가 뛰어난 곳에 양질의 아파트를 짓겠다는 약속이 소비자들에게 어필한
게 아닌가 생각된다.

실제로 이들 업체의 견본주택을 둘러보면 평면이나 마감재수준이 대형업체들
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단지배치나 내부구조도 세심히 고려한 흔적이 역력하다.

몸집이 가벼운 중소업체의 장점을 십분 살려 변하는 소비자들의 취향을
재빨리 아파트에 반영하는 차별화 전략이 적중하고 있는 것이다.

IMF터널을 어느 정도 벗어난 지금은 수요자들도 아파트 선택기준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선택의 폭이 다양해진 만큼 브랜드인지도에 지나치게 연연하지 말고
품질이란 잣대로 옥석을 가려볼만하다.

< 유대형 기자 yoodh@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