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에는 새 천년의 세계경제질서에 영향을 줄만한 굵직굵직한 행사가
많이 예정돼 있다.

무엇보다 이달말부터 미국 시애틀에서 거행될 제3차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가 눈에 들어온다.

이미 회의를 앞두고 뉴라운드 초안문 작성실패로 기대감이 희석된 이번
회의에서는 중국의 WTO 가입문제, 뉴라운드 협상시안 마련 등 산적한 현안
들을 처리해야 한다.

현재 회원국간의 이해관계가 워낙 커 불과 4일간의 짧은 일정으로 현안들을
어떻게 처리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물론 회의가 끝나봐야 알겠지만 최근에 개도국을 중심으로 연기론까지
나오고 있는 뉴라운드에 대해서는 일단은 협상추진을 공식적으로 선언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WTO 가입문제에 대한 동의안은 무난히 처리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뉴라운드 협상추진과는 별도로 지구촌 환경보호를 위한 중요한 회의도
열린다.

29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날로 심각해 지고 있는 오존층 파괴방지를 위한
제11차 몬트리얼 의정서 가입국 회의가 열린다.

특히 오존층 파괴의 주범국인 중국 뻬이징에서 회의가 열려 세계인들의
환경보호 의지가 얼마나 큰지 상징적으로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세계평화와 인권보호를 위해 전략물자 수출통제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주에는 이와 관련된 회의도 열린다.

이른바 바세나르(WA) 연차총회가 다음달 1일부터 3일까지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열린다.

바세나르 체제는 인권을 무시하는 적대국에 대한 핵미사일, 생화학 무기,
원자력과 같은 전략물자 수출을 통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국제기구이다.

이번 총회에서도 현재 국제사회에서 적대국으로 분류되고 있는 북한,
이라크, 리비아에 대한 전략물자 수출통제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동시에 벨기에 브뤼셀에서는 군사조직 개편과 신전략개념 이행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북대서양 조약기구(NATO) 국방장관 회의도 열린다.

특히 이번 회의에서 체첸사태 해결과 동티모르 평화유지군에 대해 어떤
입장을 보일지가 관심이 되고 있다.

주말에는 이집트 카이로에서 아랍석유수출국기구 석유장관 회담이 열린다.

지난주말에 국제유가(WTI 기준)가 배럴당 27달러대로 폭등함에 따라 세계
경제에 또다른 부담요인으로 대두되면서 사우디아라비아가 유가안정을 위해
노력할 뜻을 시사한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회담에서 사우디아라비아의 이러한 의지가 수용되느냐
여부가 향후 유가향방에 중대한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현재 예상대로 여타 아랍국가들이 수용하지 않을 경우 "원유 식량
프로그램"과 연계된 이라크의 원유수출 중단과 맞물려 일시적으로 30달러
선에 근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번주에는 유난히 선거도 많이 치른다.

29일에는 말레이시아, 30일에는 나미비아, 다음달 3~4일에는 모잠비크에서
총선이 예정돼 있다.

세기말에는 으레 그렇듯 마치 밀레니움 선거시즌이 돌아온 듯하다.

특히 말레이시아 총선에서 마하티르 현 총리가 유임되느냐 여부가 새 천년의
아시아 질서형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로서는 마하티르 총리의 유임이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중국의 WTO 가입문제가 사실상 확정됨에 따라 국제관계도 발빠르게
중국을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다.

세계 각국 기업들은 중국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최근에는 외환위기로 어려움을 겪었던 아시아 경제가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으면서 미국과 유럽이 기존의 아시아 중시정책을 재정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당사자인 중국도 자국을 중심으로 새롭게 형성되고 있는
국제관계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미 지난주에는 대만의 WTO 가입문제에 대해 원칙적으로 반대할 의사가
없음을 밝힌바 있다.

이번주에는 주룽지(주용기) 총리가 베트남을 방문해 양국간 현안인 국경
분쟁과 경협방안을 논의한다.

불편한 몸을 이끌고 자국의 경제안정을 위해 바쁘게 주변국을 방문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와히드 대통령은 중국을 방문해 양국간의 우호협력 방안을
협의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주에 예정된 국제행사들이 어떻게 마무리되느냐에 따라 불과 한달
앞으로 다가온 새 천년의 세계경제질서를 점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한상춘 전문위원 schan@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