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사직동팀(경찰청 조사과)에서 지난 2월 작성한 옷로비 의혹사건의
내사 결과 최종보고서를 박주선 청와대 법무비서관이 김태정 당시 검찰총장
에게 전달한 사실이 26일 밝혀짐에 따라 파문이 크게 번지고 있다.

특히 최종 보고서는 배정숙씨측이 공개한 "최초보고서" 추정 문건에 비해
김 전총장측에 유리하게 기술되어 있어 검찰과 경찰이 사건을 고의로 축소.
조작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옷로비 의혹사건을 맡은 특별검사팀의 수사 확대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박 비서관은 이날 "사직동팀 내사결과 보고서를 대통령께 보고한 직후인
지난 2월20일께 김 전 총장에게 전달했다"면서 "당시 김 전총장은 신동아측
으로부터 "총장부인이 로비까지 받았는데 최순영 회장을 구속할 수 있느냐"는
협박을 받고 있어 참고하라고 준 것"이라고 밝혔다.

또 김 전 총장은 이 보고서의 사본을 자신의 집무실에서 신동아그룹의
로비스트로 알려진 박시언(62) 신동아건설 고문에 넘겨줬다는 사실도 새로이
드러났다.

사직동팀 최종보고서는 "검찰총장 부인관련 비위첩보 내사결과"라는 제목에
A4용지 4장 분량으로 <>내사경위 <>첩보요지 <>첩보 취득경위 <>내사결과
<>관계자들의 행적 <>의견 등 6개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보고서는 "내사결과 첩보내용은 사실무근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단정지으면서 "연정희씨는 밍크코트를 구입하거나 이형자씨에게 대금지불을
요청한 사실이 없다"며 사건을 신동아그룹 최 회장 부인 이씨의 자작극으로
결론지었다.

이같은 최종 내사결과보고서는 "최초보고서"로 추정되는 문건이나 특검팀의
수사결과와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배씨측 문건에는 연씨가 옷을 외상으로 사간 것으로 돼 있고 연씨도
특검에서 외상으로 구입했다고 밝혔었다.

이와 관련, "최초"와 "최종" 두 보고서는 사용된 용어와 약물 문서체계
등이 비슷해 같은 곳에서 작성됐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김 전총장이 "출처를 밝힐 수 없다"고 한 최초 보고서도 박비서관이
전달해줬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두 문건에서는 일반문건에선 사용하지 않는 " -"란 다소 특이한 약물을
사용하고 있고 "라스포사(La sposa)"를 모두 "의상실 라스포"로 표기하고
있어 이같은 추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최병모 특검은 이날 사직동팀 최종보고서를 입수, 내용 분석작업에
착수하는 한편 청와대 내부문건이 박 비서관에 의해 김 전 총장에게 건네진
경위 등을 조사했다.

특검팀은 특히 최종보고서에서 연정희씨가 라스포사에서 반코트를 외상
구입하려 한게 아니고 이형자씨의 자작극이라고 결론내린 점에 주목, 이
부분을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특검팀은 또 박시언씨를 불러 보고서의 입수경위도 조사키로 했다.

한편 특검팀은 전날 법원에서 영장이 기각된 라스포사 사장 정일순씨에
대해 보강조사를 거쳐 3번째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 손성태 기자 mrhand@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