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5일 관계장관 회의를 열고 ''앞으로 저금리기조를 계속 유지할 것''
이라는 기존의 입장을 재천명했다.

이날 회의는 높은 경제성장률과 치솟는 국제유가로 ''정부가 금리인상을
용인하지 않겠느냐''는 시장의 분위기를 바꿔 놓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날 채권시장에서는 정부의 바람과는 달리 회사채 금리가 보합수준
에 머물렀다.

이에 따라 정부의 금리안정대책이 이제 한계에 도달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부가 시장을 상대로 승산없는 싸움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인위적인 저금리정책에 따른 득실을 저울질해 본다.

<> ''득'' =민간연구소들은 "현 상황에서 금리상승을 용인하면 금융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강호병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금리가 10%선을 넘어설 경우 채권시장
안정기금의 부실화를 초래하고 이는 채권보유 은행의 부실로 이어질 것"
이라며 당장 금리를 올리는 것은 득보다 실이 많다고 말했다.

여기에 투신사 공사채형 펀드의 가치가 하락하고 증권시장도 열기를 잃게
될 가능성이 높다.

연말에 기업 증자가 몰려 있는 상황에선 악재중의 악재다.

강 연구원은 "유가는 내년이후 하향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국내
경제성장률도 내년까지 두자릿수를 유지할 가능성은 없다"며 "자금시장
안정에 무게를 둬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채창균 현대경제연구원 동향분석실장도 "올해 구조조정과 경기회복은
저금리를 바탕으로 한 경제의 선순환 덕택이었다"며 "금리인상 조치는
"금융.증권시장 불안->투자.소비위축->실물경제 침체->구조조정 지연"이라는
악순환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박재하 재경부장관 자문관은 "투신권 문제가 저금리유지의 주된 타깃"
이라며 "내년 7월이후 시행될 싯가평가제를 앞두고 투신권의 수지가 악화
돼선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선제적 금리인상으로 경기과열을 막을 정도로 인플레가 급박한
상황도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 ''실'' ="10년전 주가부양을 위해 무리하게 투신권으로 하여금 주식을
사도록 종용하는 바람에 투신권이 지금 부실덩어리로 변했습니다.

2년전 환율을 억지로 낮추려고 외환보유고를 낭비하는 바람에 외환위기라는
초유의 국가위기를 경험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저금리를 유지하기 위해 정부가 안간힘을 쓰는 걸 보니 왠지
불안합니다"(국책연구기관 연구원)

정부가 거시지표를 한쪽 방향으로 가져 가려고 애를 쓰면 쓸수록 시장은
거꾸로 반응해 왔다는 경고가 담긴 말이다.

이 연구원은 또 "정부는 통화를 풀면 금리가 내릴 것으로 생각하지만
오히려 인플레 기대심리가 형성돼 시장금리는 더 오를 것"이라며 "정부가
저금리에 너무 집착할 경우 시장을 불안하게 할 뿐아니라 정부신뢰만
떨어뜨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 역시 "정부가 시장을 상대로 승산없는 싸움을 벌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부가 언제까지 저금리를 인위적으로 유지할수 없으므로 정부가 인위적
으로 이끄는 저금리 체제가 무너지고 결국 금리는 상승할 수밖에 없다는게
그의 시각이다.

이 경우 투기세력은 채권시장 안정기금을 상대로 적절한 시기에 투기적
공격을 감행할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른 손실은 금리유지로 인한 득을 상쇄하고 남는다고 덧붙였다.

< 김병일.유병연 기자 kbi@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