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사실주의 화가 이상원(64)씨가 외국생존작가로는 처음으로 국립러시안
뮤지엄에서 초대전을 갖는다.

러시아의 옛수도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시내중심가에 위치한 이뮤지엄은
러시아 4대 국립미술관중 하나.

와실리 칸딘스키, 일리아 레핀, 마르크 샤갈 등 세계미술사의 흐름을 뒤바꾼
러시아 거장들의 작품을 비롯 37만여점을 소장하고 있다.

1주일 가량 돌아봐야 소장그림을 모두 감상할 정도로 미술관규모가
웅대하지만 지금까지 외국작가의 그림은 철저히 차단해왔다.

따라서 국내외 화단에서는 이번 초대전을 하나의 사건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번 전시에 걸릴 작품들은 모두 1백여점.

폭 5.5m에 달하는 초대형작품 "시간과 공간속에서"(1977년)를 비롯, 동해
어촌사람들의 삶과 애환을 그린 최근작 "동해인" 시리즈와 "소싸움" 등
대표작들이 모두 망라된다.

이 가운데서도 어부와 그가족들의 삶의 모습을 그린 "동해인" 시리즈가
눈길을 끈다.

깊게 주름진 얼굴에서 동해인들의 삶의 역경과 고난의 흔적이 생생하게
묻어나는 작품들이다.

미세한 잔털 모공 하나까지도 놓치지 않고 훑어내는 그의 예리한 미적
감각은 관람객들의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이상원은 정규미술대학을 나오지 않았다.

극장간판을 그리던 "환쟁이"였다.

그런 그가 현재는 국내외 화단에서 화명을 떨치는 중진작가로서 확고한
위치를 굳히고 있다.

이번 러시안뮤지엄의 초대전은 온갖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자신의 예술세계를
꿋꿋이 펼쳐온 그의 그림인생을 되돌아보는 자리다.

26일부터 12월21일까지.

(02)730-0030

< 윤기설 기자 upyks@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