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일본인 손 마사요시 사장이 경영하는 일본 소프트뱅크의 싯가총액이
8조엔을 넘어섰다.

기술대국 일본을 대표하는 가전업체 소니마저 따돌렸다.

"소프트뱅크 신화"가 한여름 폭염처럼 맹위를 떨치고 있는 것이다.

세계적 인터넷 재벌을 목표로 하고 있는 소프트뱅크의 주식 싯가총액은
24일 8조엔을 돌파, 도쿄증권거래소 1부 상장기업의 시가총액 랭킹에서
5위로 뛰어올랐다.

소프트뱅크 주식은 이날 주당 7만4천5백엔의 종가를 기록했다.

전날보다 5천엔이 오른 것이다.

이로써 싯가총액은 8조1천4백93억엔에 달하게 됐다.

소니의 싯가총액(약 7조8천억엔)과 일본 최대은행인 도쿄미쓰비시은행의
싯가총액(약 7조7천억엔)을 추월했다.

두 회사는 각각 6위, 7위로 밀려났다.

소프트뱅크는 후지쓰(9위) 마쓰시타(10위) 등 전통적으로 일본의 간판기업
으로 거론됐던 주요 제조업체들의 싯가총액을 일거에 넘어섰다.

싯가총액의 증가속도도 단연 돋보여 지난해 연말의 7천51억엔에서 무려
11.6배로 늘어났다.

소프트뱅크의 이같은 급성장은 공격적 경영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소프트뱅크는 "인터넷재벌"이란 목표에 걸맞게 네트워크관련부문에서 장래성
있는 사업아이템에는 빠짐없이 투자를 해왔다.

지주회사에 해당하는 소프트뱅크는 일본과 구미에 집중적으로 투자한 인터넷
관련사업이 호조를 보이면서 투자에 대한 평가이익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미국의 야후를 비롯해 소프트뱅크가 보유중인 상장주식의 싯가총액은 현재
3조5천억엔에 달하고 있다.

아직 공개되지 않은 기업에 대한 보유주식을 감안하면 회사의 실질가치는
더욱 불어난다.

소프트뱅크가 투자자들에게 이처럼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은 21세기를 대표할
인터넷그룹으로 자리를 굳혀가고 있다는 확신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손 사장은 최근 주가급등에 대해 "투자자들이 회사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당장의 실적에 급급하지 않고 싯가총액을 중시하는 전략을
계속 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인터넷이 주역으로 떠오르는 산업의 조류에 따라 유망기업을
발굴하거나 새로운 시장을 창출한다는 기존의 투자전략을 계속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소프트뱅크의 기업가치가 지나치게 부풀려졌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지주회사이기 때문에 투자에서 거둬들이는 이익이 상당부분을
차지한다.

그러나 투자기업이 이익을 내기까지는 시간이 걸리며 성공이 반드시 보장돼
있는 것도 아니다.

실제로 소프트뱅크는 9월말의 99회계연도 중간결산에서 70억엔규모의 적자를
냈다.

미국에서 투자한 회사인 지프데이비스(미디어관련회사)를 뉴욕증권거래소
(NYSE)에 상장시킬 때 얻은 은행 차입금에 대한 이자비용이 컸던 것이 주요인
이다.

소프트뱅크 주가가 지나친 기대감으로 설명하기 곤란한 수준까지 상승했다는
지적에도 물론 일리가 있다.

싯가총액은 또 주가 등락에 따라 하루 아침에 뒤바뀔 수도 있다.

그러나 소프트뱅크가 써가고 있는 "신화"는 이같은 측면을 가감하더라도
범상치 않은 것만은 분명하다.

< 박재림 기자 tree@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