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송이처럼 너에게 가고 싶다
머뭇거리지 말고
서성대지 말고
숨기지 말고
그냥 네 하얀 생애 속에 뛰어들어
따스한 겨울이 되고 싶다
천년 백설이 되고 싶다

문정희(1947~) 시집 "찔레"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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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비극은 따지고 저울질하고 숨기는 데서 비롯된다는 말이 있다.

하얗게 내려 쌓이는 눈을 보면서 그런 세속적인 것을 벗어버린 순결하고
깨끗한 사랑을 생각하는 것이 이 시의 모티브다.

무언가를 놓쳐 버린 것 같은 아쉬움, 아직도 마음 속에 남아 있는 그리움이
아프게 전달되는 것은 그것이 가장 보편적인 체험이기 때문이다.

사랑이야말로 시의 영원한 화두라는 통속적인 잠언이 새삼스럽게 실감된다.

신경림 시인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