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정보통신기술) 발달은 전쟁 방식마저 바꾸고 있다.

재래식 무기를 총동원한 과거와는 달리 마치 컴퓨터로 오락을 하고 있는
것처럼 전쟁의 양상이 변한다.

이런 흐름은 지난 91년 걸프전에서 이미 보여졌다.

미래학자인 앨빈 토플러는 저서 "전쟁과 반전쟁"에서 "농업사회에서 근육에
의존하던 제1물결의 전쟁, 산업혁명 이후 무기의 대량 생산과 대량 파괴에
기반한 제2물결의 전쟁에 이어 정보기술이 만들어내는 제3물결이 새로운
정보전 양상을 만들어 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 오락화하는 전쟁

2030년 미국과 이라크 사이에 다시 전쟁이 터진다.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의 테러에 대해 미국이 보복을 선언하고 나선 것이다.

미국은 즉각 C3I(C큐브I)를 가동한다.

워싱턴에 자리잡은 펜타콘(미 국방성)은 전세계를 커버하는 군사위성통신망
(밀새트컴)을 활용해 이라크의 군사정보를 정밀하게 추적한다.

방어위성 통신시스템, 함대위성, 공군위성 등으로 구성된 군사위성 통신망
을 통해 수집된 이라크의 모든 군사행동은 리얼타임으로 합참의장에게 보고
되며 각군 주요 지휘관에게도 전달된다.

미 육군은 이라크 군 이동에 따라 공격목표물 위치를 정확히 찾아내 정밀
공격할수 있는 적외선 레이저와 컴퓨터 시스템인 페이브 태크(Pave Tack)를
가동, 비디오 화면의 십자조준점을 목표물에 맞춘후 스마트탄을 발사한다.

공군은 적 레이더망을 무력화하는 전자장비를 가동하는 한편 전투기
조종사들은 야간에도 대낮처럼 목표물을 구별할수 있는 야간투시경 암시장치
(PNVS)를 활용해 이라크군 진지를 공격한다.

아라비아 만에 떠있는 해군함들은 위성으로 유도되는 미사일로 주요 군사
시설을 폭격한다.

이라크가 쏘는 미사일들은 패트리어트에 의해 공중 요격돼 무용지물이 된다.

군인들이 하는 일은 소총을 겨냥하고 쏘는게 아니라 컴퓨터 화면을 보고
목표물을 조준, 버튼을 누르는 것 뿐이다.

오락실의 워 게임과 비교해 다를게 없다.

전쟁학자들은 지난 91년 걸프전이 미래전의 한 전형을 보여 줬다고 말한다.

그것은 바로 "스마트 무기에 의한 무인전쟁"이다.

사람은 보이지 않고 컴퓨터 스크린과 지구궤도를 돌고 있는 위성, 유도장치
에 의해 혼자 날아가 목표를 파괴하는 유도탄, 전쟁용 로봇 등에 의해 전쟁
이 수행된다는 것이다.

<> 사이버 폭탄의 등장

미래전의 또다른 특징은 사이버 전쟁이라는 점이다.

컴퓨터가 모든 것을 지휘조정하는 까닭에 적의 컴퓨터를 무력화시키는 것이
승패를 가르는 결정적 요소가 된다.

당연히 전자전의 중요성이 커지고 적의 컴퓨터 시스템을 파괴할수 있는
전자폭탄도 등장하고 있다.

2050년 10월 1일 오전 8시 출근길 시민들로 붐비는 뉴욕 맨해튼 시내가
갑자기 정전되면서 모든 것이 마비된다.

신호등이 꺼져 차량들이 엉키고 식수 공급도 중단된다.

항공기로부터 SOS(긴급상황) 신호가 이어지고 미국은 순식간에 혼란에
빠진다.

미 국가안전보장국(NSA)이 작성해 놓은 사이버 전쟁의 가상 시나리오다.

가상 적국은 뉴욕 워싱턴 로스앤젤레스 등 주요 도시에 이어 미군 전력을
마비시키기 위한 공격에 나서게 된다.

사이버 전쟁의 주 무기는 전자폭탄이다.

이 폭탄은 10개의 원자력 발전소 전력생산량에 해당하는 1백억W의 에너지
로 순간적으로 마이크로 웨이브를 발생시켜 적 컴퓨터의 회로를 파괴한다.

목표물에 접근해 소리없이 폭탄을 발사하면 전투기나 전산센터, 은행,
발전소 등 어떤 목표물이든 그 안에 있는 컴퓨터 시스템을 완전 무력화한다.

Y2K(컴퓨터 2000년 연도인식오류)가 야기할 것으로 예상되는 혼란을 생각해
볼때 전 컴퓨터 시스템의 무력화는 엄청난 위력을 발휘할 것이 분명하다.

미국은 이같은 사이버 전쟁에 대비해 국방부 NSA 중앙정보부(CIA) 연방
수사국(FBI) 등을 중심으로 유사시 적국을 공격할수 있는 사이버 무기체계와
전자폭탄에 대비할수 있는 대책을 마련중이다.

중국은 아예 육.해.공군에 이어 사이버군 창설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최근 장쩌민 국가주석과 중앙군사위 부주석 장완넨 등 중국군 지도자
가 참관한 가운데 사이버 전쟁 훈련을 가졌다.

중국군의 사이버 전쟁 열기는 지난 5월 유고의 코소보 전쟁으로부터 자극을
받은 것이다.

당시 유고는 해커를 활용해 NATO(북대서양조약기구)는 물론 미국과 영국
정보시스템을 공격했었다.

<> 바뀌는 전쟁기술

스마트 무기는 전쟁기술을 바꾸고 있다.

20세기 1차 세계대전때는 진지전이 승리를 보장하는 전술이었다.

길게 늘어선 참호와 진지에서 밀고당기는 지루한 대량소모전이었다.

누가 많은 병력과 화력을 갖췄는가가 승패를 갈랐다.

2차 대전때는 내연기관과 항공기술이 발전하면서 기동력을 극대화한 전격전
이 승리의 관건이었다.

독일군은 탱크를 앞세워 전선의 한곳을 뚫은 다음 이에 집중해 적진 깊숙한
곳의 신경망을 마비시켰다.

군대의 기계화는 군사력의 척도가 됐다.

뉴 밀레니엄의 전쟁 전술은 달라진다.

불필요한 살상과 파괴를 피하고 전쟁터에서 필요한 부분만 정확히 제거하는
스마트 기술이 바로 새로운 전술이다.

컴퓨터와 인공위성을 이용, 얼마만큼 효율적인 자동화 전쟁지휘 체계를
갖추고 있는가가 관건이다.

앨빈 토플러 분석에 따르면 나이트호크 스탤스 폭격기 한대가 단 한번
출격해 폭탄 1개를 투하하는 것은 2차 대전중 B-17 폭격기가 4천5백회
출격해 폭탄 9천6백개를 투하했을때와 같은 효력을 갖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제 적국의 군사력을 직접 파괴하지 않고 통신시설과 에너지시설 등 군사
신경망을 파괴함으로써 적의 전력을 사실상 마비시키는 전쟁이 되는 것이다.

또 적의 정보시스템을 얼마 만큼 효과적으로 공격하는 반면 적의 전자공격
으로부터 얼마 만큼 효과적으로 대응하는지가 승패를 가름하게 된다.

< 강현철 기자 hckang@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