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가 개발한 기술의 가치를 몰라주는 것일까"

이런 고민으로 한숨 쉬는 벤처기업가라면 서울 역삼동 서울벤처타운에 있는
한국개발투자금융(KDIFC)의 문을 두드려 볼 만하다.

반면 기술을 그럴 듯하게 포장해 자금만 끌어들인 뒤 돈놀이를 일삼으려는
사이비 벤처기업가라면 이 근처에 얼씬도 안 하는 것이 좋다.

이곳엔 정확한 기술평가로 정평이 나있는 연구원 출신 벤처캐피털리스트
채현석(42) 상무가 떡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채 상무는 고려대에서 전자공학 학.석사를 받은 정통 엔지니어출신이다.

동양정밀공업 중앙연구소와 삼성종합기술원을 거치면서 연구원으로 10년
가까이 경력을 쌓았다.

게다가 그는 그냥 연구만 하던 연구원이 아니었다.

신규 사업을 발굴하는 일을 맡은 그는 재무와 회계 업무까지 섭렵했다.

나름대로의 벤처투자기법을 이때부터 착실히 쌓아 온 것이다.

그리고 지난 88년 KDIFC에서 벤처캐피털 시장에 발을 디뎠다.

요즘은 "기술을 알아야 투자를 할 수 있다"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채 상무
같은 엔지니어 출신 벤처금융인이 많이 늘어났고 또 각광받고 있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무척 드문 케이스였다고.

이처럼 기술에 대한 충분한 안목을 갖춘 "준비된 벤처금융인"이었던 그는
기술의 옥석을 가려내는 투자로 명성을 쌓아가기 시작했다.

채 상무는 남다른 기술력 평가로 많은 성공을 일궈냈다.

지난 91년 반도체 장비를 생산하는 한 벤처기업가가 찾아왔다.

다른 금융기관에선 다 퇴짜를 맞아 풀이 죽은 상태였다.

하지만 반도체 산업의 호황이 다시 올 것이라고 예상한 채 상무는 17억원
이란 거금을 투자했다.

이 회사가 바로 지난 96년 증권거래소에 직상장돼 대박을 안겨 준
신성이엔지였다.

같은 해에 CCTV 등 보안장비 전문 업체인 하이트론씨스템즈는 걸프전의
여파로 쿠웨이트 바이어가 종적을 감추면서 자금난에 허덕였다.

이때도 하이트론의 기술력을 제대로 알아 본 채 상무는 "물린다"는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선뜻 10억원을 투자했다.

그의 예상대로 하이트론은 일시적인 어려움에서 벗어나 코스닥을 거쳐 지난
98년엔 증권거래소에 당당히 상장됐다.

그의 손을 거친 "기술벤처"는 40여개에 이른다.

사람과기술 한국산업보안 바로비젼 등 현재 코스닥등록을 앞둔 업체도
10여개나 된다.

많은 벤처기업들은 그와 거래하는 것 자체를 자랑으로 여길 정도다.

그는 "생명공학과 항공우주 산업 등 새로운 투자 영역도 계속 개척해 나갈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02)538-2411~5

< 서욱진 기자 venture@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23일자 ).